“‘테라’와의 카니벌라이제이션 없을 것”
“적자 나더라도 소비자·시장 요구 파악해야 미래 있어”
“소주 가격 인상 요인 많지만 당분간 올리지 않아”
“30년 된 맥주 브랜드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그 시장을 가져오지 않으면 맥주 비즈니스는 키우기 어렵고, 언제까지 이렇게 굴욕적으로 맥주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 1등을 되찾을 때까지 도전은 이어질 것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3월 미디어데이에서 “켈리를 통해 맥주 시장에서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소주에 이어 맥주에서도 국내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켈리의 성공과 시장 주도권 회복에 사활을 걸었음을 드러냈다.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2019년 ‘테라’ 출시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맥주 신제품이다. 100%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로 만들어진 ‘올 몰트’ 스타일 맥주로, 하이트진로는 더블 숙성을 통해 라거 맥주의 공존하기 힘든 두 가지 맛인 부드러움과 강렬한 맛을 모두 잡았다고 자부한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초반 시장 안착을 위해 영업력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켈리는 4월 4일 출시된 이후 36일 만인 10일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다. 앞서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한 테라보다 사흘 빠른 속도다. 이날 간담회에서 밝힌 12일 기준 집계로는 111만 상자가 판매돼 일평균 판매량에 속도가 붙고 있다.
김 대표는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참이슬’과 ‘진로’ 투트랙 전략으로 1위를 공고히 다진 것처럼, 켈리와 테라 듀얼 브랜드로 맥주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신제품의 기존 제품 잠식)도 없을 거라 자신했다.
그는 “켈리 출시 이후 이달 12일까지 맥주 판매량이 643만 상자인데, 전년과 비교하면 25%가량 더 판매했다”면서 “작년 328만 상자가 팔린 테라는 올해 358만 상자, 켈리는 111만 상자가 팔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카니벌라이제이션은 없다. 소주 브랜드에 비춰봐도 지금까지 순항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듀얼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판매, 영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소주를 예로 들면서 “소비자와의 소통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가 판매량을 좌우한다. 소주와 마찬가지로 맥주도 켈리 전용 팝업스토어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등 소비자, 시장과 소통함으로써 듀얼 브랜드 전략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30년 된 브랜드가 맥주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는데, 그 시장을 가져오지 않으면 맥주 비즈니스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시장을 갖고 와야 하고 점유율 50%를 넘어서 1등을 할 때까지 도전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켈리 영업에 사내 역량을 결집하는 만큼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 실적은 부진했으며 2분기도 실적 내리막이 이어지리란 관측이다. 하이트진로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87억 원으로 작년보다 33.4% 줄었다. 매출은 6035억 원으로 3.4% 늘었고 순이익은 220억 원으로 40.7% 감소했다. 특히 1분기 판관비 지출 중 광고비가 작년 316억 원에서 올해 582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감소를 불러왔다.
김 대표는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기업 이익에 앞서 시장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있어야 하고, 시장과 소비자 요구를 파악해야 기업에도 미래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무엇이 우선인지를 따져볼 때 시장과 소비자가 먼저로, 영업이익이 적게 나오는 부분은 향후 점유율을 높이던가 더 좋은 제품을 통해 제조사들이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이익과 연관해 김 대표는 소주 가격 인상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 밝혔다. 김 대표는 “주정 가격이 오른데다 원부자재, 유틸리티 비용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당분간 올릴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이트진로의 주류 수출과 관련해 김 대표는 맥주보다는 소주에 비중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다. 맥주의 경우 글로벌 브랜드가 가진 경쟁력과 국가별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아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K문화와 대한민국의 국력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아짐으로써 제품 선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주는 전 세계인에게 대한민국 문화와 함께 전달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연구해 매출 늘릴 수 있도록 하고, 맥주는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내년에 창사 100주년을 맞는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대표를 맡아 어려운 구간마다 기업을 안정되게 잘 끌고 왔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또한, 향후 100년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김 대표는 “미래 성장에 대한 전략, 혁신 성장의 혁신적인 전략, 혁신 전략에 대한 변화, 미래 성장, 미래 전략에 대한 변화, 시장 전략 변화, 조직 문화 변화, 리더십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이 갖춰지려면 제일 중요한게 사람이고, 이와 더불어 조직문화”라고 꼽았다. 이어 “조직 문화, 사람, 우리가 갖고 있었던 시장에 대한 데이터 등 3가지를 잘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에서 하이트진로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