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루머’ 악몽 벌써 잊었나…여전히 몸살 앓는 연예계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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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훈(왼쪽), 코미디언 박나래. (뉴시스)
최근 배우 성훈과 코미디언 박나래 양측이 악성 루머와 관련해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성훈 소속사 스탤리온엔터테인먼트는 15일 공식입장을 내고 “현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성훈과 관련된 루머는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알려드린다”며 “당사는 소속 배우의 명예를 훼손하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고통받게 하는 현 상황을 두고 묵과할 수 없어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루머를 사실인 양 생성하고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유포자들의 IP를 모니터링 및 추적 중이며, 어떠한 선처나 합의 없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시간 이후로도 당사는 사실 확인 절차 없이 온라인상에 게재 및 유포하는 모든 허위사실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사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죠.

박나래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도 이날 “당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하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및 주변인까지 고통받게 하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 및 확산하는 이들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 및 유포자, 사실무근인 내용을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사실 이 두 사람 외에도 연예계 전반이 ‘악성 루머 유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허위사실이 사실인 양 게재되고, 2차 게시글과 타 사이트로의 확산 등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성훈·박나래도 빠르게 확산한 루머에 ‘엄중한 법적 대응’이라는 칼을 빼 들 수밖에 없던 겁니다.

연예인을 향한 악성 루머 유포, 과거와 비교했을 때 그 방식은 사뭇 달라졌는데요. 그 변화와 함께 악성 루머 사례, 처벌 수위 등을 짚어봤습니다.

▲수많은 연예인 관련 허위정보를 담은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 (출처=유튜브 캡처)
악성 루머, SNS 발달로 속도 빨라지고 범위 커졌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광고 등 일상의 많은 요소에서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접할 수 있지만, 특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뒷이야기와 관련 업계도 무성한 궁금증을 자아내죠. 루머와 음모론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호불호를 포함한 의견은 누리꾼 사이에서 거침없이 오갑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루머는 뿌리를 뽑기 어려운데다, 일부 악의적 루머는 해당 연예인의 극심한 고통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연예인에 대한 루머가 증권가 찌라시(정보지) 형태로 은밀히 퍼졌다면, SNS 발달 이후로는 그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범위도 크게 늘어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루머 당사자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랭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이에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연예계에서 옛말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허위사실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가, 누리꾼 사이에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를 감지한 후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는 소속사도 다수 있었죠.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배우 강동원의 중국발 열애설이 불거지자 로제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사적 영역으로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혔으나, 무분별한 추측이 이어지면서 다시 입장을 내고 “사실이 아니다. 부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산하지 않도록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루머를 일축했습니다. 루머에 대응하지 않는 스타들을 향해 “사실이니까 입장을 안 밝히는 것 아니냐” 식의 논리가 팽배한 상황이라는 거죠.

또 한국 이용자들이 국내 포털 대신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당 플랫폼에서의 악성 루머 유포도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특히 유튜브는 ‘가짜뉴스’의 온상지로 지목되는데요. 유튜브에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온갖 자극적인 허위사실을 담은 영상이 게재됩니다. ‘사망’은 가짜뉴스의 흔한 주제입니다. 연예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방식이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를 규제하긴 어렵습니다. 만약 고소로 인해 수사가 시작되면, 해당 플랫폼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는 등 회원 정보를 청구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유튜브처럼 해외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회원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특히 유튜브는 국내법이 아니라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을 따르죠. 또 연예인들은 수많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보니, 조회 수에 따른 수익을 노리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겁니다.

▲(게티이미지뱅크)
故 최진실 비극 잊었나…처벌 수위 강화 주장도 잇따라

‘국민 배우’로 큰 사랑을 받았던 고(故) 최진실은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대중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 역시 악성 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고,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렸죠. 그가 사망한 후 악성 루머·댓글에 자정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포털 사이트들은 고 최진실 사망 관련 기사들에 댓글을 쓸 수 없게 기능을 차단하기도 했는데요. 한 포털 측은 “모니터링 결과 명예훼손 등이 우려되는 악성 댓글이 많아 댓글을 차단했다. 당분간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의 사망이 악성 루머와 비난 댓글 문화에 뒤늦은 경종을 울린 겁니다.

그러나 악성 루머 행태는 여전합니다. 오히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하는데요. 최근에는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간첩 등 터무니없는 구설수에 휩싸였습니다. 한 시민은 아이유가 해외 및 국내 아티스트의 음원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그를 고소하기도 했죠.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내고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한 표절 의혹 게시글과 근거 없는 루머를 담은 유인물이 일부 지역에 배포된 사실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며 “제기된 시점부터 수집된 표절 의혹, 간첩 루머, 성희롱 및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방송인 박수홍과 그의 아내 김다예도 악성 루머의 피해자입니다. 박수홍 측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한 유튜버를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해 10월 모든 혐의가 인정된다며 해당 유튜버를 불구속 기소한 바 있습니다. 이 유튜버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김다예는 그를 두고 “허위비방으로 얻은 광고 수익과 슈퍼챗 수익을 다 합치면 3억4200만 원 정도”라며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면서 돈벌이하는 이런 유튜버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수홍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내는 내 옆에 있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당했다”며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우리 뒤에서 ‘마약, 마약’ 그러더라. 마약 아니면 도박, 내겐 ‘성추행’도 언급했다. 이런 게 들리니까 아내랑 마트도 못 가겠더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악성 루머가 팽배한 게 한국 연예계만의 일은 아닙니다. 클론 출신 구준엽과 대만 배우 서희원 부부 역시 각종 루머와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서희원은 루머에 반박하기 위해 구준엽이 공공 부처로부터 범죄 기록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았다며 범죄경력조회 회신서를 공개하는가 하면, 이달 10일에는 SNS를 통해 법률대리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과거 유산 당시 사진 자료를 게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처럼 악성 루머는 당사자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주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이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사이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현행법에 따르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퍼진 악성 루머의 경우를 살펴보면, 유포자들은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호중과 결혼한다는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른 가수 송가인 측은 “송가인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이 오롯이 조회 수만 노리는 가짜뉴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아직 이들을 직접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어 피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가짜뉴스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법적 규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악성 루머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커지고 있지만, 체감되는 규제 및 처벌 수위는 미미한 상황. 처벌 여부를 떠나,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루머에 누군가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죠. 실체가 불분명한 정보에 현혹되지 않게 각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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