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Xㆍ인터넷 미 연결 콜드월렛, 지갑 주소 쫓아 거래 내역 확인 어려워
"국내와 제휴없는 해외 거래소 및 개인 지갑 간 거래 포착 쉽지 않아"
추적 어려운 DEX 거래↑ㆍ가상자산 믹싱 등 자금세탁 기술 복잡화도 문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이 국회의원 300명의 가상자산 재산 내역을 ‘전수 조사’하려는 움직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가상자산을 다루는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기록이 남으므로 전수 조사 과정에서 숨겨진 재산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해외에서 벌어지는 개인 간 거래는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이뤄진다면, 국회의원 전원이 재산 내역 현황을 인사혁신처에 자진 신고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LH 사태 당시 부동산 전수 조사 방식과 비슷한데,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수 조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21일 기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수리된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는 36개사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의원 본인이 동의만 한다면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무적으로 크게 어려운 영역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해외 거래소 거래 내역도 인력과 시간만 허락된다면 추적이 가능하다.
특금법 시행으로 이른바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룰’이 갖춰지면서, 국내 거래소는 본인 명의인 일부 해외거래소 지갑으로만 송금을 지원한다. 일명 화이트리스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온체인 데이터 상에서 거래 내역이 남아있으므로 해외거래소 전송 내역이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도 최근 세계 각국 사법·수사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을 찾은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 태평양 총괄은 “지난 12개월 동안 바이낸스는 꾸준히 내부 조사 법 집행팀을 구축해왔고, 컴플라이언스(법 준수) 협력을 위해 4만 7000건 이상의 정보를 (각국 수사당국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본인 인증이 필요 없는 개인 지갑이다. 해외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콜드월렛이 대표적이다. 김남국 의원의 탈중앙화 거래소 클레이스왑 지갑이 드러난 건 김 의원이 초기 해명 과정에서 구체적인 거래 내역 등을 공개한 까닭에 역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징적인 거래 내역이 드러나지 않으면 지갑 주소를 쫓아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지갑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첫 입장문에서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이 돈에 GPS가 달려있다는 점, 그 순기능을 오히려 알려주는 예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을 맡은 플라이빗 설기환 상무는 “해외거래소라고 추적이 어려운 게 아니고, 국내 거래소와 제휴되어 트래블룰이 적용되는 해외 거래소라면 일정 거래까지는 추적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외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 지갑 간의 거래는 포착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적이 어려운 DEX 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가상자산 믹싱 등 자금 세탁 기술도 복잡해지고 있다. 믹싱이란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여러 지갑의 가상자산을 쪼개거나 섞는 기술을 말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3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믹서로 처리된 자금세탁 금액은 78억 달러로, 이 중 24%가 해킹 등 불법 범죄 자금으로 추정된다.
설기환 상무는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거래 등을 관리하는 게 우선이고 이게 자리를 잡는다면, 가상자산 사업자와 개인 간 거래 및 개인과 개인 간 거래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들여다 보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다. 통제하고 싶어도 블록체인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전 가상자산 거래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