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5조원 투자…일본에 첫 EUV 노광장비 도입
“삼성, 현지 R&D 지출 확대 고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IBM·마이크론·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 벨기에 아이멕의 회장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7개사 경영진을 초청해 대일 반도체 투자를 요청했다.
경계현 삼성 반도체(DS) 부문장(사장), 류더인 TSMC 회장,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 등 반도체 업계 거물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총집합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대일 직접 투자 확대와 반도체 사업 지원에 힘을 쏟겠다”며 “해외 반도체 업체와 자국 기업의 협력 또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업으로부터 일본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초점을 맞춘 일본 소재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으며 삼성은 현지 연구·개발(R&D) 지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IBM과는 양자컴퓨터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닛케이는 14일 삼성이 요코하마시에 새 반도체 개발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마이크론의 투자였다. 마이크론은 향후 수년에 걸쳐 일본에 최대 5000억 엔(약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 2026년부터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투자가 현실화하면 일본에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일본 정부가 마이크론의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2000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기시다 총리와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의 회동이 호재로 작용해 1.6% 오른 3만573.93으로 마감, 20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상승 폭도 3월 22일 이후 가장 컸다.
일본은 최근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자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말 제2차 추가경정예산에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1조3000억 엔을 편성,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을 활발하게 유치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의 설립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