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에게 고용돼 일하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의사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21일 치과의사 A 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산에서 치과를 개설·운영하고 있던 A 씨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매월 일정액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울산에 본인 명의의 치과를 개설한 다음 B 씨에게 그 운영을 맡겼다.
부산지검은 A 씨의 위반 행위는 인정되지만, 제반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으로 수사 마무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A 씨에게 구 의료법 제66조 등에 따라 1개월 15일의 치과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 의료법 제66조 등에 따르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또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에 대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A 씨 측은 "원고의 위법 행위는 공익 침해 정도가 크지 않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은 막대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비례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규정의 취지는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해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의 불균형을 방지해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 독과점 및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의료기관 중복개설 위반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B 씨에게 장기간 고용돼 의료행위를 함으로써 위와 같은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자격에 대한 징계는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직업윤리를 다하도록 하고 직무의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과 비교하여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