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올려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에게 변제금만큼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 방안을 보고했다.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보증금 범위는 최대 4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야당의 최우선변제권 소급 적용 방안을 거부하다 절충안을 낸 것이다. 야당은 첫 전세계약일 당시로 변제 기준을 소급 적용해 최우선변제 대상을 늘리자고 요구해왔다. 집주인 요구로 재계약 때 전세금을 올려줬다 간발의 차로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안은 최우선변제금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저리 대출을 해줄 때 변제금만큼을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방법이다. 저리 대출은 피해자들이 새 전셋집을 얻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지원책으로, 가구당 2억4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피해자가 새 전셋집을 얻기 위해 1억5000만 원을 대출받아야 한다면, 2700만 원은 무이자로, 나머지 1억2300만 원은 연 2% 이하 저리로 대출해주는 식이다. 이 경우 기존 연소득 7000만 원(부부합산) 제한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다.
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매를 대행하고, 정부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에서 정부 비용 부담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토부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통해 피해자가 신청할 경우 개인별 상황에 맞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경·공매 절차를 대행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자들은 해당 서비스로 입찰에 언제 들어가야 하는지, 소유권을 어떻게 이전하는지 등에 대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경매 대행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총괄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법무사협회와 협력해 상담 인력 풀을 구축한다. 경매 대행 비용은 서민주거복지재단 기금을 활용해 지원한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임차 주택을 매수하려는 피해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넘기려는 피해자, 선순위 임차인이라 경매를 통해 보증금 일부를 건지려는 피해자 누구나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경매 비용 50% 지원을 가정했을 때 HUG 전세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 5200여건을 모두 경매 대행한다면 40억 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보증금 기준은 최대 4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수정안도 내놨다. 정부는 지금까지 피해주택 보증금 기준을 3억 원에서 4억5000만 원, 5억 원으로 세 차례 바꿨다. 보증금 4억6000만 원 피해 사례가 주목받음과 동시에 "특별법 적용을 못 받게 되는 피해 사례가 나올 때마다 찔끔찔끔 기준을 변경하고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는 야당과 피해자 비판에 상향한 것이다.
여야는 22일 열리는 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특별법 단일안과 정부 수정안을 놓고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 피해자들은 빠른 지원을 촉구하지만,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며 특별법은 국토위 소위 단계에 20일 넘게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