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평사 3곳 올해 신용등급·전망 상하향배율 1.9배…작년말 1.2배서 올라
국내 기업 1분기 실적 ‘반토막’…6월 회사채 정기 신용등급 평가 주목
LG디스플레이, 3월 ‘부정적’ 하향 이어 이달 등급 A+서 A로 강등
S&P “어려운 대외환경 1-2년 이어질 가능성…한국 기업 신용도 차별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증권사 신용도에 악영향’ 가능성도
특히 실적 둔화세가 확연해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지는 한편, 완성차 업체 등은 상향하는 등 업종별 차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증권사들이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본지취재결과,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급공시 기준 신용전망(크레딧 아웃룩)과 등급감시 대상(워치리스트)을 포함한 장기등급 상하향배율(단순 평균)은 1.9배로 작년말 1.2배에 비해 높아졌다. 상하향배율이 1배를 넘었다는 건 신용등급이나 전망이 내려간 회사보다 올라간 회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 3사에서 등급과 아웃룩, 워치리스트가 상향된 곳은 41건, 하향된 곳은 21건이다. 작년말 기준으로는 상향 55건, 하향 45건이다.
신용평가사별로 보면 올해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한 489개사 중 등급 상승은 12건, 등급 하락은 9건이다. 등급상하향배율은 1.3배로, 지난해말(1.3배)과 같은 수치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490곳 중 등급 상승은 16건, 등급 하락은 6건이다. 이는 상하향배율 2.6배로 지난해말(1.1배)에서 올랐다. 나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곳 중 올해 등급 상승은 13건, 등급 하락은 5건으로 상하향 배율은 2.6배다. 지난해 말에는 1.27배로 집계됐다.
올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세가 이어질거란 국내 신평사들의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는 상향조정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오는 6월 신평사들의 정기 신용등급 평가 일정이 몰려있는 만큼 최근 막을 내린 실적시즌의 여파가 몰려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기평의 경우 올해 신용등급 및 전망을 변경한 곳 중 긍정적, 부정적 전망 부여 업체수가 각각 8건, 9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았다.
최근 실적 발표 직후 이뤄진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대표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춰잡았다. 지난 3월 ‘A+/안정적’ 에서 ‘A+/부정적’으로 낮춘지 두달만이다. 신용등급 전망은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등급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유동적→부정적→안정적→긍정적 순서로 상향 가능성이 커진다. ‘부정적’ 전망은 1~2년 내에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음을 나타낸다.
4개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이 LG디스플레이의 발목을 잡았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영업손익은 1조983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374억 원에서 적자전환했다. 한국기업평가는 LG디스플레이 등급 조정에 대해 “전방수요 회복 지연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대규모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점, 재무레버리지 부담이 심화된 점, 단기간 내 영업실적 회복 및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전망인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반토막 난 상태다.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연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2.75%, 57.68% 감소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를 비롯, 의료정밀 업종이 적자전환하는 등 다수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실적 시즌을 맞아 신용등급 하향조정세가 두드러진 경향도 포착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실적시즌이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올해 하향 기업 총 9곳 중 8곳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낮춰잡았다.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이 하향됐고, 대상·현대비엔지스틸·동국산업·휴비스·푸본현대생명보험SK증권·바로저축은행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당분간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차별화될 거란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한국전력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준홍 S&P 이사(한국기업 신용평가팀)는 ’S&P 글로벌 신용평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사가 등급을 부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운 대외환경이 향후 1-2년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상태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긴 하나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미수채권 발생 위험과 신용융자 부실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용융자금 부실화 위험은 CFD 관련 증권사뿐 아니라 전 증권사에 걸쳐있다”며 “주가폭락 사태와 연관된 종목에 대한 손실 가능성과 평판 위험에 따른 재무영향을 중장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