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에도 ‘비트코인, 채무불이행시 급등 가능성’ 예측
업계, “디폴트 가능성 낮다…협상 타결 시 하락 가능성 있어”
가상자산 업계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경과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 여부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인상을 위한 미 정부와 야당의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미국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들어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은 22일(현지시각) 3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이달 발표한 미국 부채한도 협상 보고서를 통해 채무불이행으로 미국 내 700만 개 넘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증시가 2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역시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 등을 통해 미 정부의 디폴트 데드라인이 내달 1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정부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미국 경제와 세계 금융 안정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에서 “부유한 가상자산 거래자를 보호하는 과세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번 협상에 가상자산 과세안 역시 쟁점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3월에 발표한 2024년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가상자산 채굴업체가 사용하는 전기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과 워시 세일(Wash Sale) 룰을 가상자산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미 공화당이 가상자산 증세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경우,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댄 맥아들 메사리 설립자는 전날 트위터에 은행 파산이 이어지던 올해 초 상황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디폴트가 일시적으로 비트코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전통 금융에서) 빠져나온 현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가상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지난달 미국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면 비트코인이 약 2만 달러 이상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진행한 마켓 라이브 펄스(Markets Live Pulse) 조사 결과 역시 비트코인 강세를 예견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문 투자자와 소매 투자자 모두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 시 구매할 헤지 자산으로 금, 미 국채에 이어 세 번째로 비트코인을 꼽았다.
진종현 쟁글 리서치 팀장은 이번 미국 부채한도 협상에 대해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경우, 미 국채에 대한 대규모 매도압력 및 금리 급등 등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고위험 자산군인 가상자산이 가장 타격을 크게 받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지위 약화로 인해 비트코인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진 팀장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단 한 차례도 결렬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번이 예외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협상 타결은 대형 악재 리스크가 해소되는 호재라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신규 채권 발행이 유동성을 흡수해 가상자산 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빗 리서치센터 역시 협상 결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협상이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센터는 19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부채한도가 상향되면 이전처럼 재정 지출이 가능해지고,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해 역레포에 몰렸던 자금이 시중에 공급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두 가지 경우 모두 긴축 효과를 일부 상쇄한다고 볼 수 있어 비트코인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