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올해 첫 아이를 출산한 한 산모는 친정엄마가 너무 보고싶다며 울었다. 처음에는 친정엄마에게 가거나 오라고 하면 될 것을 무슨 문제될 일인가 의아했는데 설명을 듣고나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됐다. 산모는 친정엄마가 수집병, 수집증 강박증이 있다고 했다. 친정엄마를 보러가자니 물건을 버리지도 못하는 것도 모자라 밖에서 물건을 주워 집안에 싸놓는 통에 발 디딜 틈이 없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근지근 아프다고 했다.
반대로 오시라고 하자니 자신의 집에 물건들을 주워올 것 같아 불안하고 남편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멈추지 않는 친정엄마의 수집병 때문에 다투기도 수백수천 번, 몰래 갖다버리면 어느새 또다시 주워와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쇼핑중독인 딸과 수집증 강박증이 있는 친정엄마, 이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은 쇼핑에, 또 한 사람은 물건수집에 집착하는 행위중독자라는 점이다. 이들을 상담해보면 외로움과 무료함, 만성적 공허함 등 정서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결핍이다. 결핍은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만큼 부족함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함, 절박함을 갖게 하고 이는 또다시 부족함을 채우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반면 딸이나 친정엄마처럼 누군가에게는 심리적 결핍을 주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없다보니 부족함을 채우려는 대체행동을 하게 된다. 행위중독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심리적 결핍을 채우는 것이다. 그 방법은 사랑과 인정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인정하라.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