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청구 배척한 원심 파기·환송
‘취득세·재산세 감면’ 광고한 원주시
분양광고 믿고 24억 들여 부지 매입
공장도 새로 지었는데 2억여원 납부
지방자치단체의 분양 광고상 세제 혜택을 믿고 기업도시에 입주했는데 해당 개발구역 내 매입한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 및 재산세 등을 부과한 조치는 잘못이란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광고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2016년 7월께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에 따라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한 원주시는 지식산업용지 분양에 관한 분양안내서를 작성‧배포했다. 당시 분양안내서에는 입주기업의 취득세를 ‘15년간 100%’, 재산세는 ‘5년간 100%+3년간 50%’를 감면한다고 기재돼 있다.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제26조 제1항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개발구역에 입주하는 기업에게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 원주시가 이 사건 분양안내서를 작성‧배포할 시점의 옛 지방세특례제한법 제75조의 2 제1항 제1호는 ‘기업이 그 구역의 사업장에서 하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에 관해 취득세 및 재산세의 100분의 100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감면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10월 원주시로부터 지식산업용지 내 공장 부지를 24억 원에 매수한 A 기업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해당 토지와 그 지상에 신축한 건물의 취득세‧재산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으로 합계 2억2984만여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했다.
이에 A 사는 원주시가 기업도시의 토지 분양계약과 관련, 입주기업에게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광고했고 이 같은 광고를 신뢰해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취득세‧재산세를 내게 되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선 원고인 A 사가 일부 승소했지만, 2심에 가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의 광고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취득세 등 관련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A 사가 입주기업 유치를 위해 원주시의 세제 혜택을 담은 분양 광고를 믿었던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표시광고법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함으로써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 판단에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및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