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탈취 민사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행정기관이 의무적으로 법원에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술탈취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일 김한정‧김종민‧김경만 의원실, 재단법인 경청과 공동으로 개최한 ‘손배소송 행정조사자료 활용 입법 세미나’에서 정영선 법무법인 동락 변호사는 행정조사 자료와 민사소송의 연계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기술탈취 피해 기업이 손해배상 소송을 할 때 법원이 행정기관의 조사자료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변호사는 자신이 대리하고 있는 에스제이이노테크의 기술탈취 사례를 소개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인정했는데도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피해 중소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며 공정위가 가진 자료가 법원에 원활히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계속되는 기술탈취와 아이디어 도용으로 선도적인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제도의 낮은 실효성 탓에 피해 중소기업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특히 기술탈취 관련 민사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행정기관의 조사자료가 제대로 제출‧구비되지 않아 피해기업이 손해를 입증하고 승소를 하는 것이 어렵다.
정 변호사 외에 발제자로 나선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현행법상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행정기관의 기록 송부 의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며 “소송상 기록송부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문서송부촉탁 방식이 아닌 자료제출명령 방식을 활용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발제에 이어 서울대 이봉의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박성준 특허법인 이룸리온 변리사는 “법률 개정안을 통해 행정기관이 법원에 증거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명령을 명시해도 담당 공무원이 삼권분립에 따른 비밀유지의무 조항 때문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면책 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보윤 법무법인 공정 변호사는 “개정안에 들어가 있는 ‘침해의 입증’, ‘거부할 정당한 이유’, ‘그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처럼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조항의 경우 삭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상생협력실장은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선 신속하고 실질적인 중소기업의 피해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하도급법, 상생협력법의 문서제출 관련 조문을 개정해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행정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