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란 듯...베네수엘라에 숨통 틔워준 브라질, 8년 만에 정상회담

입력 2023-05-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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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8년 만에 브라질 방문
룰라 취임 후 베네수엘라와 외교관계 복원
남미 휩쓴 핑크 타이드, 미국 외교전략 타격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관계가 단절된 지 8년 만으로, 서방 제재로 고립됐던 마두로 대통령도 화려하게 외교무대에 복귀했다. 미국 ‘뒷마당’인 남미 지역을 좌파 정권이 휩쓸면서 미국의 외교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30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남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브라질리아에 도착했다. 대통령궁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만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는 “한 국가가 싫다는 이유로 900개에 가까운 제재를 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베네수엘라 고립 작전을 펼친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은 마두로가 2018년 야당 후보의 대선 출마를 금지시키고 재선에 성공하자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재 고삐를 조였다. 2020년엔 마약 밀매 혐의로 마두로 대통령과 정권 고위 관계자를 기소하면서 1500만 달러(약 199억 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서방이 지지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양국 관계도 금이 갔다.

그러나 1월 남미 좌파의 대부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룰라는 취임 후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카라카스 주재 브라질대사관에 외교관을 공식 파견했다. 마두로의 이번 브라질 방문도 전폭 지원해 8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 남미 정상들에게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 희망 의사도 전달했고, 룰라 대통령은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미 지역을 덮친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고립 전략도 타격을 받는 분위기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2018년 이후 공석이던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를 임명했다. 작년 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7년 만에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을 재개방하면서 외교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한편 브라질리아의 이타마라치 궁전에서 개최되는 이번 남미 정상회담에는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파라과이, 수리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페루 등 남미 지역 12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해 미국 및 유럽연합(EU)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난 지역 협의체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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