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3’는 전날까지 47만76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전 주말을 포함해 3일간 유료시사에서만 27일 14만2672명, 28일 16만2706명, 29일 16만5384명을 불러 모은 것이다. 여기에 개봉 전 특별시사 등으로 더한 실관람객이 합쳐지면서 정식 개봉도 하기 전에 누적 관객수 48만3346명을 달성했다.
매출액도 고스란히 잡혔다. 개봉 하루 전인 30일 기준 누적 매출액은 51억644만 원이다. 역산하면 관객 1인당 1만500원가량의 영화표를 지불하고 관람한 셈이다. 사실상 개봉과 같은 효과다.
배급사 입장에서 유료시사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띄우고 싶은 승부수다. 관객 입소문을 한 발 앞서 낼 수 있는 데다가 적절한 누적 관객수만 미리 달성해두면 ‘개봉 1~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라는 마케팅용 수치까지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 역시 이렇다 할 흥행작 없이 주말을 허비하면서 생기는 매출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6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이 전략을 썼다. 정식 개봉일은 그해 7월 20일이었지만 개봉 전 유료시사를 열면서 누적관객수 56만 명, 누적매출액 49억 원을 확보한 채 레이스에 돌입했다. 개봉 1일 차에 143만 관객이라는 기록을 쓴 배경이다.
‘범죄도시3’ 상황도 비슷할 거로 보인다. 유료시사로 이미 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사전예매량이 64만 장에 달하는 만큼 빠르면 개봉일인 31일, 늦어도 다음 날인 6월 1일에 1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다른 작품과의 상영관 분배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예술ㆍ독립영화들은 덩치 큰 상업영화의 전면전을 피하고 주요 관객층, 계절성과 시의성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개봉일을 '사전에' 결정한다. 체급 차이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 개봉일 수싸움인데, 대작의 유료시사는 이같은 마지막 무기 마저 무력화하는 셈이다.
‘범죄도시3’와의 경쟁을 피해 한 주 앞선 24~25일 관객을 만나기 시작한 작품은 일본 멜로영화 ‘남은 인생 10년’과 애니메이션 ‘사슴의 왕’, 한국 독립영화 ‘스프린터’ 등이다.
‘범죄도시3’는 이들 작품이 첫 주말을 맞는 27일과 28일 유료시사를 열어 좌석 18만여 석을 점유했다.
같은 기간 ‘남은 인생 10년’ 좌석은 4만 5000여 석, 애니메이션 ‘사슴의 왕’은 1만여 석이었다. 한국 독립영화 ‘스프린터’는 경기인디시네마의 지원을 받아 소수 상영관을 의무적으로 할당받는 일종의 방어책으로 8000여 석에서 상영했다.
이는 영화계 다양성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범죄도시3’가 주목받는 영화라 조금 더 관심을 둘 뿐 유료시사는 늘 있었던 일지만, 지금 영화계에서는 어떤 영화라도 좋으니 극장으로 사람을 불러와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마저 더해진 것 같다”고 현실을 짚으면서 “상영관을 몰아주는 작품에서 10개 관만 떼어줘도 숨통이 트이는 작은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씁쓸함을 느끼는 걸 넘어 거의 포기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