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권력은 뉴욕 경찰과는 완전 딴판이다. 불법시위가 벌어지면 일단 현장에 출동하지만 별다른 액션은 취하지 않고 시위대 눈치 보기에 바쁘다. 얼마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민노총 소속 건설노조원들이 술판과 노상 방뇨, 노숙 시위를 벌여 난장판이 됐을 때도 경찰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공권력의 팔다리를 묶은 탓이 크다. 불법행위에 대한 법과 원칙적인 대응이 오히려 ‘적폐’ 취급을 받는 분위기였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경찰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법적 책임을 진 경우까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민중총궐기집회에서 시위진압용 물대포에 맞고 1년 뒤 숨진 백남기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경찰 문책이 대표적이다. 민노총 등 53개 단체 6만8000여 명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른 이 사건은 불법폭력 시위여서 당시 경찰 시위 진압은 문제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 검찰이 뒤늦게 서울경찰청장과 말단 경찰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 치사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이들은 민·형사상 처벌을 받아야 했다.
문 정권은 불법 시위대에는 한없는 관용으로 일관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민중총궐기가 불법집회였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결론냈다. 경찰개혁위도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고 권고했고, 경찰이 피해를 보더라도 시위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자제하라는 말도 했다. 불법시위가 벌어져도 공권력은 앉아서 당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민주노총의 안하무인적 태도는 갈수록 도를 더해갔다. 2019년 6월 법원이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수석부위원장은 “‘다시 민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겠구나’라고 느낄 수준으로 투쟁해야 된다”고 밝혔다. 미국 경찰들이 불법 집회에 대해 버릇을 고춰주겠다는 각오로 대응한다면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밥과 원칙대로 제재하면 그 공권력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대한민국이 시위천국이 된 것은 2009년 9월 헌법재판소 판결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헌재는 당시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6월까지 국회에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여야는 그 뒤 14년 동안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불법 집회·시위가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나마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집회·시위 관련 법률 정비에 나서고 있어 다행이다. 경찰이 불법 시위대에 대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통제할 경우 선진국에서처럼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고친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 역시 중요하다. 집회를 신청한 단체가 소송을 제기하면 판사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 법원도 미국에서처럼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법을 집행하는 경찰에 대해 좀더 우호적 판결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 공권력에 대해 더 많은 정당성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려야 공권력이 힘을 발휘할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의 불법적인 집시문화를 반드시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가 법 집행 발동을 포기함으로써 최근 도심 불법시위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진단하는 윤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그 어떤 불법행위도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법 집행으로 불법 집회가 근절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