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는 미국 영화계에서 넘어온 표현이다. 영화 매표소를 의미하는 박스오피스(Box Office)에서 가장 잘나가는 영화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매출액’을 그 순위의 준거로 삼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미지역 영화 흥행 집계플랫폼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이날 극장가 1위 작품은 하루 매출액 약 1100만 달러(한화 145억 원)를 기록한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다.
2004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 시스템을 통해 본격적인 집계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어쩐 일인지‘관객 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3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가 1위 작품은 하루 73만 명으로 최고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다. 2위와 3위는 각 2만여 명과 1만 8000여 명을 불러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과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다.
눈여겨볼 건 박스오피스 4위와 5위의 매출액 차이다. 순위가 높은 4위 ‘인어공주’보다, 한 단계 낮은 5위 ‘포켓 몬스터 DP: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의 매출액이 170여 만 원 더 많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명백히 관객 수가 많은 작품 순으로 영화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이때 ‘박스오피스 4위’는 ‘관객 4위’, ‘매출액 5위’를 의미하게 된다.
이런 여건에서 ‘박스오피스 OO위’를 사용할 경우 자칫 그 의미 전달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관객 1위’, ‘매출액 1위’ 등 우리말로 순화하면 그 뜻이 한층 분명해진다. ‘범죄도시3’의 경우 ‘관객 수와 매출액이 모두 1위에 올랐다’고 설명할 수 있어 작품의 흥행세를 부각하기 위한 표현으로서도 손색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