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귀속 요건 검토ㆍ세부안 논의…가상자산 감독·검사 권한 체계 마련
증권성 인정 땐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가상자산 거래 불공정행위 처벌
금융감독원이 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소집,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김남국 코인 논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에서 규율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금감원은 2일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 및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상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고,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세부 사안 등을 논의한다. 금감원에서는 기업공시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각 거래소별 실무·법무 담당자와 사내 변호사 2~3명이 참석한다. 닥사 소속 담당자도 이날 자리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증권성 검토시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업비트와 코빗 등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증권성을 판단한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증권성 손익귀속 요건을 검토하고 세부 사항도 논의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 받으려면, 투자자들의 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넘어 ‘공동 사업의 결과로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가 필요하다. 금감원은 올해 2월 전담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려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미국에서도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가리는 데 늦어지면서 국내 금융당국이 자체적으로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4월 18일 열린 청문회에서 이더리움과 리플이 증권인지 묻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증권성 판단의 중요한 단초가 될 SEC-리플 소송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만약 개별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이 인정되면 자본시장법이 적용돼, 이에 따른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 검찰은 테라·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김현성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등 관련 인물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금감원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함께 증권성 판단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건 가상자산 감독·검사 권한 체계를 마련하려는 금감원 전체 움직임과 흐름을 같이 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법이 마련되기 전에 선제적 대응으로 가상자산 감독체계를 확립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투자자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제도적 완비 전에도 가상자산 관련 피해자에 대해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자본시장 못지않게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법은 국회 정무위를 통과해 법사위 심사와 국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지난달 30일 업계와 간담회를 여는 등 가상자산 시장 감독 체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순 수석부원장은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불법행위에 대해 시장 자율규제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법 시행 이전이더라도 조속한 시장질서 확립과 피해자 예방을 위해 신고센터 설치 등 적극적,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