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주행코스, 제동 코스, 서킷 주행 체험
충남 태안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이하 HMG 센터)를 지난달 27일 방문했다.
이날 HMG 센터에서 체험한 것은 제네시스의 레벨 1 프로그램이다. HMG 센터에서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세 브랜드 모두 레벨 1~3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선행단계의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으면 상위 레벨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없다. 다만 레벨 2 프로그램의 경우 BMW 등 다른 브랜드가 운영 중인 아카데미의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면 HMG 센터에서 레벨 1을 이수하지 않고도 참여할 수 있다.
제네시스 레벨 1에서는 △다목적 주행 코스 △제동 코스 △마른 노면 서킷(B코스) 등 세 가지 코스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차를 타고 코스로 나가기 전에는 약 20분간 이론 교육이 진행된다. 실제 주행에 앞서 시트 포지션 조정 방법, 스티어링 휠 조작 방법 등 운전의 기초를 다시 확인한다. 이날 교육을 담당한 강민재 치프 인스트럭터는 레벨 1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단계’로 비유하기도 했다.
시트 포지션의 경우 시트의 높이를 먼저 조절한 뒤 앞뒤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앞뒤 거리를 조절하면 시트 높이가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 경우 또다시 높이를 조절해야 해 번거로울 수 있다. 시트 높이는 운전석에서 앞유리를 바라봤을 때 눈의 위치가 앞유리의 중간 정도에 오도록 맞춘다. 앞뒤 거리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을 때 오른 다리의 각도가 약 120도 정도로 굽어 있는 상태여야 긴급 제동 시 브레이크를 끝까지 힘있게 밟을 수 있다. 등받이의 각도는 약 95도 정도로 다소 서 있어야 차량을 조작하기 쉽다.
시트 포지션을 맞췄다면 스티어링 휠 차례다. 스티어링 휠을 3시·9시 방향으로 잡았을 때(약 120도)는 물론 반 바퀴(180도) 가량 회전했을 때에도 팔이 가볍게 굽어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반 바퀴 돌리고 나서도 팔이 일자로 펴져 있다면 휠 위치가 너무 멀고, 반대로 지나치게 굽어 있다면 너무 가까운 것이다. 헤드레스트는 머리 높이와 맞추고, 안전벨트는 목이나 팔이 아닌 어깨를 지나도록 한다.
이론 교육을 마치고는 다목적 주행코스에 오른다. 다목적 주행코스에서는 라바콘(고무로 만든 원뿔형 콘)을 세워두고 슬라럼, 긴급 회피를 진행한다. 스포츠 드라이빙보다는 주행 안전 교육에 가깝다. 슬라럼의 경우 라바콘을 일정 간격으로 띄워놓고 S자 형태를 반복적으로 그리며 라바콘을 빠져나가는 주행이다. 회전 반경을 최소화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보다는 스티어링 휠을 충분히(약 180도) 돌려보며 차량의 회전 반경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시속 30km부터 시작해 40km/h, 50km/h까지 세 차례에 걸쳐 천천히 속도를 높이며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은 긴급 회피다. 전방 차량의 급정차, 전방 사고 상황 회피 등 오른쪽 차선으로 긴급하게 차량을 회피하는 과정을 배운다. 긴급 상황을 가정하므로 장애물을 따라 차선을 회피해 나갈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대신 가속 페달에서만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 조작을 통해서만 좁은 구간을 빠져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슬라럼 코스와 비슷하게 시속 40km로 통과부터 시작해 60km/h까지 속도를 높여가며 차량에 대한 감각을 익혀나갈 수 있다.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만큼 미세하게 빠른 타이밍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야 좁은 라바콘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다. 라바콘이 연질의 고무를 사용해 만들어져있어서 부딪혀도 차량에 손상이 없는 만큼, 라바콘에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소 과감하게 주행해도 좋다.
다목적 주행 코스 이후에는 제동 코스 교장으로 이동한다. 제동 코스에서는 말 그대로 차량을 제동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마른 노면·젖은 노면 두 곳에서 제동 성능을 체험한 뒤 아스팔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고인 도로에서의 수막 체험까지 이어진다.
다만 이날은 비가 내려 마른 노면도 다소 젖은 상태였다. 이 코스에서는 라바콘으로 차량 한 대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두고 긴급 제동을 통해 차량을 이 공간 안에 멈추는 연습을 한다.
일반 도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서서히 밟으며 속도를 줄이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 빠르게 차를 멈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이 정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 감각을 익히고, 이후 젖은 노면에서 긴급 제동을 통해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제동 거리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젖은 노면에서 이후로는 제동 없이 물이 고인 길을 지나는 수막 체험이 이어진다.
젖은 노면 코스에서는 마모 타이어로 다시 한번 제동 테스트를 거친다. 정상 타이어와 달리 마모 한계선까지 닳아있는 타이어에서는 제동 성능이 얼마나 저하되는지 체험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주행에서도 마모 타이어 차량 제동 시 같은 속도에서도 차량 반 대 이상의 정지거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느껴졌다.
마지막 교육은 마른 노면 서킷에서 이뤄진다. HMG 센터의 마른 노면 서킷은 총 3.3km로 구성됐지만 레벨 1 교육에는 이 중 1.3km 구간만을 이용하는 B코스를 주행한다.
1.3km 길이의 트랙은 짧은 직선 코스를 포함한 여러 코너로 구성돼있다. 코너 곳곳에는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빨간 라바콘과 제동 지점, 코너의 가장 튀어나온 부분을 표시한 파란 라바콘 등이 배치돼있어 주행을 돕는다. 선두에서 주행하는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트랙을 돌다 보면 어느새 레벨 1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HMG 센터에서 레벨 1을 이수했다는 인증서를 받는다. 또한 소정의 기념품도 받을 수 있는데, 프로그램마다 기념품이 달라 기념품을 수집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뒤 하루가 지나면 본인의 주행에 대한 인스트럭터 평가를 볼 수 있다. HMG 센터 홈페이지 내 마이페이지-참여/예약현황에서 본인이 이수한 프로그램의 ‘평가 보기’를 누르면 인스트럭터가 평가한 내 운전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의 점수는 81점(평균 82)으로, 정확성, 반응속도, 회피능력에서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점수화해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