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실력이 되면 흔히 메이저과라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택하던 때가 있었지요. 지금은 아닙니다. 다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을 선호하고,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에 더해 흉부외과는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과목임에도 3D처럼 기피하는 과가 됐습니다. 기피뿐만 아니라 기존 의사들도 자기 전공분야를 포기 합니다. 제 주위의 친구나 후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부족하다 아니다 논란이 분분하지요. 하나 여쭙겠습니다. 특정 병원의 특정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것 말고 아파서 당장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사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으신지요? 노인 인구가 늘어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요? 의사는 매년 3000명씩 나오는데 정년이 없답니다. 혹자는 지방에 의사가 없다고 합니다. 지방에, 시골에 의사가 없는 것일까요, 환자가 없는 것일까요?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대를 신설해 의사가 많이 배출되면 시골의 의사수급 문제와 기피과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의대에 갔다고 합시다. 의대생이 많아지면 선호과 경쟁이 더욱 치열할 터 혹시 경쟁에서 밀린다면 기피과라도 하라 하겠습니까? 수도권에 근무처가 없다면 시골로 가라 하겠습니까? 경쟁에서 밀린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없이 기피과 의사가 됐다고 합시다.
그런 의사에게 흔쾌히 몸을 맡길 의향이 있으신지요? 의사수급 문제는 풀기 어려운 매듭과 같습니다. 단순히 통계수치만 살피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풀리지 않습니다.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질문과 진료를 받는 국민들의 대답 속에 있지 않을까요?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