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혐의 입증 위한 관련자들 수사 이후 송영길 소환 예정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검찰 수사의 형평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2일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에 출석했다가 발길을 돌린 지 한 달여 만이다.
송 전 대표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현역 의원 규모를 20여명으로 좁힌 뒤 사실관계를 확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은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2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청사 내부에서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 검사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청사 밖으로 나온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부터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이정근 녹취록으로 민주당 전체를 벌집 쑤시듯 요란하게 수사하고 국회의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김건희 여사는 소환은커녕 서면 질문도 못하고 있다”며 “고양이 앞에 쥐 같은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정부 때는 최소한 여야 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검찰은 노골적으로 야당만 공격하는 고려말 무신정권의 머슴 노비, 사병 같다”며 “비겁하게 주변 사람들을 불러다가 억지로 진술을 강요하지 말고 저를 소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날선 반응을 보였다. 돈봉투가 오간 것으로 의심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송 전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제가 여기서 할 필요가 없다. 언론이 항상 질문할 때 검찰 대변인이 돼서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쏘아붙였다.
캠프 관계자들에게 해당 사건을 알아본 적이 있으냐는 물음에는 “당연히 고생한 사람들을 격려했다”고 답했다. 무슨 격려인지 재차 묻자 ”언론이 검찰 대리인으로서 질문하지 말고, 수사 난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한다“며 화제를 돌렸다.
이후 송 전 대표는 중앙지검 정문으로 이동해 1인 피켓시위에 나섰다. 피켓에는 ‘공정과 상식을 잃은 검찰, 선택적수사 하지 말고 주가조작 녹취록 김건희도 소환조사하라’, ‘무고한 사람들 그만 괴롭히고 송영길을 소환하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혔다.
검찰은 당시 캠프 관리 최종 책임자이자 대표로 선출돼 수혜자에 해당하는 송 전 대표를 당장 조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지난 5일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현역 의원과 보좌진 10여명의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했다.
또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회계 담당 직원 박모 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알려진 돈봉투 살포자금 9400만 원 외 추가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자금 흐름도 살펴보고 있다.
특히 구속영장을 청구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12일 체포동의안 표결 전까지 돈봉투 수수자 특정 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 관련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필요한 시점에 송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