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중국 의존도 낮추는 게 핵심
글로벌 공급망 탄탄한 종합상사도 참전
공급망 다변화로 소재ㆍ원료 가격 혼선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가운데 하나인 리튬을 중심으로 니켈과 망간·흑연 등을 차지하기 위한 이차전지 업계의 소재 전쟁이 본격화했다. 이차전지 업계는 미국이 내 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인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LG에너지솔루션(엔솔)은 호주 배터리 소재 기업 노보닉스(Novonix Limited)와 인조흑연 공동개발협약(JDA·Joint Development Agreement) 및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인조흑연은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다.
이번 협약에 따라 LG엔솔은 노보닉스와 인조흑연의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10년간 5만t 이상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일정 기간 노보닉스 생산 물량을 독점 공급받는 한편,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LG화학은 아예 차세대 소재를 개발해 생산한다. 충남 대산에서 2025년 완공 목표로 탄소나노튜브(CNT) 4공장 공사를 지난달 시작했다.
CNT는 전기·열 전도율이 구리·다이아몬드와 같지만,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이르는 차세대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트레이 등에 주로 사용된다.
LG엔솔을 비롯해 국내 기업이 핵심원료 공급망 다변화를 구축하는 이유는 극단적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1~4월 기준 국내 전지업계는 90%가 넘는 흑연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중국산 비중을 낮추는 한편, 이를 통해 미국 IRA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점에서 종합상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기업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탄탄한 이들은 배터리 기업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좋은 가격에 원재료를 찾아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흑연을 장기간 확보하게 됐다. 역시 호주 업체와 손잡고 원료 수급부터 가공, 생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인터는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FARU Graphite)와 이차전지 배터리용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 LG엔솔 오창공장을 찾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배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배터리 수요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형 연구개발(R&D) 과제에 집중하겠댜”는 의지를 밝혔다.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기업의 경영전략에 힘을 보태겠댜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글로벌 소재 및 원재료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초 급락했던 중국의 탄산리튬 가격은 수요 회복과 중국 정부의 수급 조절 영향으로 한 달여 만에 71% 올랐다.
전날(6일) 중국 상하이 강련(鋼聯)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용 탄산리튬의 거래 가격은 1t당 30만7500위안(약 5646만 원)이었다. 올해 최저 가격이었던 4월 하순의 1t당 18만 위안(약 3305만 원)에 비해 한 달여 만에 71% 급등한 셈이다.
전지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남미에 집중된 배터리 핵심 소재 및 원재료ㆍ광물 등의 공급망이 다변화되고 있다”라며 “어느 원료든 공급망 다변화 초기에는 시장 가격이 혼선을 빚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