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박일영 충북대 약대 제약학과 교수는 포항공대 산하 연구기관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 정서에도 도움 되지 않는, 그렇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는 소모적 논란이 과학과는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들에 의해 증폭돼 국민의 공포만 키워가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몇 몇 지인에게 물어보니 열 중 여덟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은 이제 찜찜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정리되지 않은 논란이 국민 공포를 키우고 있다”며 “30년 가까이 방사성의약품학을 공부하고 강의한 사람이 이 같은 논란에 끼어드는 이유는 논란이 국민의 정서와 국가의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아 소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처리된 방사성 오염수를 희석하면 마실 수 있는 이유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면, 이 물 1ℓ를 마시더라도 내가 받는 실효 선량은 0.000027 mSv(밀리시버트)다. 이는 바나나 1개를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받는 실효선량 0.0001 mSv의 약 1/4”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PET 검사를 하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인 불소-18을 DOPA라는 물질에 치환해 넣은 방사성의약품을 정맥 주사할 때 환자가 1회당 받는 실효선량이 9.25~18.5 mSv다. 이 실효선량이 환자에게 오히려 암을 유발한다면 어느 의사가 파킨슨 의심환자에게 PET 진단을 처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제반 시험성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 직접 채취를 허용해 이중 확인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한 물을 마시겠다고 한 바 있지만 국내 학자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박 교수는“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해 마시는 것이 ‘쇼’로 오해받을지라도 필자 아닌 어느 누구라도 방류농도의 희석수를 직접 마셔 우리 국민의 식탁을 안심시키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해 “이제는 우리 국민의 식탁과 수산업계, 요식업계를 위해 수습을 해야 할 때이다. 정치권 등 책임 있는 분들이 국민에게 공포심을 줄 일은 아니다. 관련 전공을 한 사람으로서 욕을 좀 먹더라도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글을 썼다”며 “물론 주변에 쓰레기가 많이 흩어져 있다고 해서 담배꽁초 하나를 더 버리는 개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담배꽁초 하나를 더 버렸다고 해서 온 세상이 담뱃재로 다 뒤덮였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