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수 이주민특위 간사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 함께 준비해야” [이슈&인물]

입력 2023-06-09 06:00수정 2023-06-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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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주민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하는 파트너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시킨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이주민특위)’의 한건수 간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전한 대국민 메시지다. 논의 막바지에 접어든 이주민특위의 정책 제안의 핵심이다.

▲한건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간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정부는 이주민과 탈북주민의 정착, 나아가 이민 확대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법무부에선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을 준비 중이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선 저출생과 그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이민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통합위의 경우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수용하고 함께 동행 할 방안을 찾는 데 나섰다.

통합위의 특별위원회는 출범 전에 논의 방향을 잡고, 활동기간 동안 전문가와 정부부처의 의견을 모아 논의를 발전시켜 정부에 전할 정책 제안을 마련한다. 이주민특위의 경우 출범 전후 논의 모두 가장 큰 문제로 짚은 건 같았다. 이주민에 대한 통합적인 전망에 입각한 정책 필요성이었다는 게 한건수 간사의 전언이다.

“역대 정부 모두 나름대로 이주민 정책을 개선해왔고 각 부처별로도 개선해서 분명 발전해왔다. 쟁점은 그럼에도 국가 차원에서 이주민 정책에 대한 통합적 전망을 하고 이에 입각한 각 부처의 유기적인 정책 입안과 추진이 부족하다는 것”

부처별로 용어부터 달라 통계도 정책도 제각각…'이주배경주민' 통일 제안

이주민 정책은 행정안전부·법무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교육부 등으로 분산 운영되고 있다. 정책 목적과 소관 법률이 각기 달라서 이주민을 칭하는 용어부터 서로 다르다. 행안부는 ‘외국인주민’, 법무부는 ‘재한 외국인’, 고용부는 ‘외국인근로자’, 여가부는 ‘다문화가족’, 교육부는 ‘다문화학생’ 등이다. 그러다보니 관련 통계 집계 기준과 대상도 제각각이다.

“부처별 소관 법률 취지에 따라 정책 대상을 설정하고 통계 집계를 하니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행안부의 외국인주민 통계와 법무부의 외국인 통계는 범주가 서로 다르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부처별로 분절돼버리니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하고 조율과 협조가 부족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저희가 제안하는 건 이런 거버넌스(Governance·의사결정 체계)를 어떻게 개선하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할지다”

▲한건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간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주민특위가 우선 정리하고자 한 건 용어와 통계다. 정책의 기반이 되는 기본적인 요소부터 통합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주민특위는 당사자들이 불편하지 않으면서 여러 처지를 포괄할 수 있는 용어로 ‘이주배경주민’을 제안한다고 한건수 간사는 밝혔다.

“분절된 부처 정책 추진 체계 개선을 위해 이주민 관련 용어와 통계를 일관되도록 새롭게 정리하자는 논의를 했다. 부처별 용어가 여러 차원에서 정확하지 않고 어떤 용어는 당사자가 불편해 해서 문제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족의 경우 2000년대 초에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없애려 만든 건데 기본 인식이 바뀌지 않으니 다문화가족 입장에선 구별해내고 차별과 혐오가 깔린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이주배경주민 사용을 제안하는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국적 취득자가 빠지게 되고 이주민은 이미 국적을 취득해 국민이 된 사람임에도 밀어내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국적 취득자도,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도 포괄하는 이주배경주민을 제안한 것”

이주민 정책 비전 가진 컨트롤타워 필요...종합정책 수립해야

컨트롤타워의 경우 이주민 정책 모두를 떠맡는 특정 부처나 조직을 만들자는 제안은 아니라고 한건수 간사는 짚었다. 각 부처 이주민 정책들을 조율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조차 외국인·다문화가족·외국인력 정책위원회 등 3군데로 나뉘어져 있을 만큼 정책마다 논의 방향과 전문성이 다르기에 한 곳에서 무리하게 다루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러 부처가 관여된 건 각 정책들과의 연관성과 전문성 때문이라서 모두를 포괄하는 특정 부처를 만드는 건 무리다. 컨트롤타워는 주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부처 업무협조를 이끌어내 추진하는 역할이다. 총리실 산하 3개 위원회가 이런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져 중복사업 조율을 하는 등 일부 개선이 됐다”

▲한건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간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다만 각 부처가 고유의 역할을 하되 이민과 이주민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부처별 정책을 체계적으로 엮어주는 게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라는 게 한건수 간사의 설명이다.

“총리 주재인 외국인·다문화가족 정책위 두 군데는 각기 별도로 5년 주기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국무조정실장 주재인 외국인력정책위는 기본계획 없이 고용 전반이 아닌 필요 인력을 정하는 수준의 논의만 해서 한계가 있다. 이주민과 우리 사회를 어떤 식으로 통합하고 어떤 사회로 나아가도록 할지에 대한 비전 아래에서 부처마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토록 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종합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로써 국내에 들어온 이주민들의 입국부터 정착 단계와 주기별로 사각지대 없이 정책이 전달돼야 한다”

관련해서 법무부에서 준비 중인 이민청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건수 간사는 선을 그었다. 컨트롤타워의 구체적인 방식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모든 국민들 다양성 교육 참여해 '이주민 동행 사회' 준비해야…尹 "사회 인식 변화 필요"

한건수 간사는 이주민 정책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주민과의 동행이라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정책으로 사각지대를 없애는 건 결국 이주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하지 않도록 해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때문에 제도 개선과 함께 병행돼야 할 것으로 국민 인식 개선을 짚었다. 이주민을 차별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닌 동행 파트너로 인지하도록 이주민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사회통합과 다양성 교육에 적극 참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건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간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주민은 지원하거나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대상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따라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부분을 개선해 한국사회에서 동행하는 파트너다. 제도적 차별 문제를 개선하면서 국민 인식도 동행하는 사람으로 여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사회통합 교육을 확대개편해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다양성 교육에 참여해 함께 통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다문화 교육은 본래 모든 학생을 위한 것이지만 관행적으로 학교 현장에선 다문화가족 자녀들만 모아 놓고 교육하고 있어서 저희가 제안 드리는 건 사회통합이든 다양성 교육이든 모든 사람들이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주민 동행 사회는 우리도 이주민도 모두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이니 함께 생활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윤 대통령도 앞서 국민 인식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이주민특위 회의에서 “이주민의 수가 늘어났는데,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이주민 역시도 사회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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