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침수 막을 ‘빗물배수터널’ 이달 발주...이례적 신속 추진에도 갈 길 멀어

입력 2023-06-08 14:57수정 2023-06-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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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타당성 조사 마쳐
강남역 터널 시간당 110mm 빗물 처리 설계
지난해 시간당 최대 강우량 141.5mm/hr
터널 직경 넓히는 데 시간과 비용 추가
서울시 “펌핑 늘려 보완 가능”

▲시간당 130mm 비가 쏟아진 신대방 (커뮤니티 캡처)

서울에 수백 년 만의 ‘물폭탄’이 쏟아진 지난해 8월, ‘빗물배수터널’이 지역별 희비를 갈랐다. 2013년 착공해 2020년 32만㎥의 빗물저류 배수시설을 완공한 양천구는 침수를 피했다. 반면 빗물터널이 백지화됐던 강남·광화문 등 상습 침수 지역은 도심이 마비되고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이후 서울시가 재추진에 나선 빗물배수터널 사업은 신속하게 진행 중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는 1단계 사업으로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3곳의 빗물배수터널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이번 달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거쳐 발주할 계획이다. 2027년 완공해 여름 사용이 목표다.

강남역 일대 배수터널(서초 용허리공원~경부고속도로~반포유수지)은 연장 4.5km에 저류량은 50만㎥다. 광화문(효자공영주차장·국립현대미술관~청계천 한빛공원)은 연장 3.4km, 저류량 12만㎥이고, 도림천(보래매공원~노량진 수도자재센터~한강)은 연장 4.4km, 저류량 37㎥다.

빗물배수터널은 지하 50~70m에 만드는 물길로, 기존 하수관이 강우량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수문을 열어 펌프로 빗물을 하천이나 강으로 퍼내는 구조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해 일찌감치 저류터널 설치를 완료했다.

기후변화로 기록적 폭우 발생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서울시는 사업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터널의 저류량 목표치로는 작년 수준의 폭우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역 배수터널은 시간당 110mm의 빗물(100년 빈도)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광화문과 도림천은 시간당 100mm(50년 빈도)를 감당할 수 있다. 기존 배수시스템 설계용량이 시간당 95mm(30년 빈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방재 대응력이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년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141.5mm/hr(동작)로, 약 500년 빈도였다. 강남도 116.0mm/hr를 기록, 200년 빈도(114mm/hr)를 웃돌았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최소한 작년 강우량 수준은 감당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물에 잠겨버린 강남역 일대 도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저류 능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터널의 직경을 넓혀야 한다. 현재 계획안은 강남 11m, 광화문 6m, 도림천 10m다. 지난해 수준의 강우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터널 직경이 13m 정도는 돼야 한다는 평가다. 문제는 비용과 공사기간이다. 서울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터널 직경은 배수시스템 전반과 다 연결이 돼 있다”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작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6곳의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1단계 3곳의 총 사업비만 이미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치수안전과는 터널을 신속하게 설치하기 위해 수직구를 늘리면서 비용이 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건설자재 가격도 큰 폭 올랐다고 밝혔다. 최연호 치수안전과장은 “500년 빈도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며 “펌핑을 많이 하면 그만큼 빗물 처리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보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빗물배수터널 완공까지는 피해 대응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최초로 침수 예·경보제를 시행하고, 도로 통제도 나선다. 물막이판 7000개를 준비했고 맨홀 추락방지 시설도 설치했다. 반지하 주민 대피를 위한 동행 파트너제도 마련, 매칭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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