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수급 불안정성 커져
자급력·해외조달 체제 강화 시급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 상승한 127.2포인트를 기록해 1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특히 설탕(17.6%)과 육류(1.3%)의 가격상승이 전체식량 가격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FAO는 매월 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등 주요 품목별로 가격 동향을 조사해 식량가격지수를 발표한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개년 평균가격을 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상승,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
현재 주요 품목별 가격지수는 설탕(149.4), 곡물(136.1), 유지류(130.0), 유제품(124.6), 육류(114.5) 등의 순으로 모든 품목이 기준 대비 높은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브리질 등 주요 식량 생산국에서 과거보다 자주 가뭄과 홍수, 병해충 및 가축질병 등이 발생하면서 세계식량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식량공급 여건은 기후변화와 물부족, 인구증가와 사료곡물 수요증가 등으로 인해 식량부족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우선 전 세계적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생산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함께 본격화된 농축산물 무역자유화 이후 일부 수출국 중심의 과점적 국제 식량 공급체계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식량위기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세계적 기후변화 현상으로 과거보다 가뭄, 홍수, 태풍, 한파, 폭설, 산불 등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 발생빈도가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기후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식량생산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큰 위협요인이다.
또한 FAO에 따르면 현재 80억 명 수준인 세계인구가 2080년에 10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러한 인구증가와 개도국의 소득증가에 따른 축산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 식량 생산이 70%가량 더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식량생산 여건은 기후변화와 물부족, 농경지 감소 등으로 인해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장애와 주요 식량 생산국들의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농산물 가격폭등 상황을 경험하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식량자급률이 일본보다 낮은 대규모 식량순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다 강화된 식량안보 체계 구축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해결과제다. 세계 10위권의 식량수입국이자 식량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이 20.2%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세계적인 식량부족 현상의 심화는 자연히 식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필요로 하는 식량을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적정가격으로 원하는 물량만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국제 식량공급 체계 및 무역구조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필요한 때 적절한 가격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식량자급률 하락추세, 일부 수출국 의존도가 높은 국제 식량공급 체제, 또한 세계적 기후변화 동향 등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국민에게 공급할 수 있는 식량안보 체계 구축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식량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급하지 못하거나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생존 및 안보적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식량안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과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꾸준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앞으로 국내 식량자급 능력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해외조달시스템 구축, 그리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효과적인 식량비축제도 마련 등을 통해 국가 식량안보 체계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