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중동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감산 변수에 좌불안석이다. 통상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커플링(동조화)으로 원유가격과 함께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같이 오르게 되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도 커진다. 반면 경기 침체 국면에선 석유제품 수요 위축을 불러일으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6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성명을 내고 내달 7월부터 하루에 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을 단행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OPEC+가 감산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사우디가 독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우디의 감산은 최근 단행한 감산량 중 최대치다. 사우디는 지난 4월에도 하루 50만 배럴 감산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추가 감산 조치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생산량은 900만 배럴로 제한된다.
사우디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는 상승세다. 7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 선물은 97센트(1.35%) 상승해 배럴당 72.71달러를 기록했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 역시 83센트(1.09%) 올라 배럴당 77.12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사우디의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사우디를 제외한 다른 산유국들이 감산에 따르지 않았고, 글로벌 경기침체, 러시아산 원유의 저가 우회수출 등 가격 하락 요인이 지속되는 까닭이다. 지난 4월에도 OPEC+ 소속 산유국들이 하루 166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유가가 잠시 급등했으나 얼마 못 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싶어서 물량을 줄이겠다고 한건데 그에 대한 효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적다. 경기 자체가 별로 안좋은 데다 쇼티지(공급부족)이 아닌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아시아, 인도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소화해버리고 있으니 정상가로 거래되는 기름 거래가 잘 안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원유 감산이 정유사들의 이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나온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치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다. 정제마진의 감소는 정유사들의 이익이 축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들어서 3월 말 대비 유가가 떨어지면서 2분기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달 들어오면서 정제마진이 3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회복하는 추이라 얼마나 회복될지를 두고 봐야 된다. 재고평가손실을 따질 때 분기 말 기준 유가가 얼마인지가 중요한데 재고평가손실이 6월 중에 어떻게 바뀔지 아직까진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