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소마시의 곤노 토시미츠 후타바 어업협동조합장 일행은 이날 경제산업성을 방문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지역 수산물에 대한 악소문으로 어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곤노 조합장은 “오염수 방류로 인해 후쿠시마 지역의 부흥을 위한 노력이 수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항의했는데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의 어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고 싶다”면서도 오염수 방류 방침은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로 일본 당국은 오염수 방류를 위해 해저터널 안으로 해수를 넣는 작업을 6일 완료한 상황입니다. 지난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의 포괄적 검증 절차도 마쳤죠. 도쿄전력이 이달 중 방류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IAEA가 공개할 최종 보고서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 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홍콩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일본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태평양 도서 지역과 주변국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근간은 명확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정말 안전하냐는 거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사뭇 갈리는 모양샙니다.
IAEA는 지난달 31일 중간 보고서를 내고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 샘플에서 방사성 핵종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IAEA는 한국·오스트리아·스위스·프랑스 등지 실험실의 동일한 분석 결과와 비교했을 때 도쿄전력의 오염수 샘플 분석 내용이 정밀하고 정확하다며 “도쿄전력은 높은 수준의 측정 정확도와 기술 역량을 입증했다. 샘플 채취 절차에서도 표본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방법론적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비교분석에 참여한 제3의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에서도 (삼중수소 외에) 추가적인 방사성 핵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측의 오염수 측정 방법은 적절했고 추가 핵종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데, 이는 도쿄전력의 주장과 같아 오염수 방류에 사실상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만들어진 오염수를 현재 1068개 탱크에 보관 중입니다. 방사성핵종 60여 종이 포함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한다는 입장인데요. 이 중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30여 년에 걸쳐 해양 방류해 그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주변국에 이해를 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는 끊이질 않고 있죠.
6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내부 압력 용기를 지지하는 부분의 손상으로 압력용기가 떨어져 방사성 물질이 건물 밖으로 비산하는 경우에도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내부 손상에 따른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압력용기가 떨어져 격납용기에 구멍이 생기는 최악의 사태를 맞더라도 발전소 주변의 피폭선량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사고 시의 기준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는 등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죠.
그러나 일본 원자력규제위는 도쿄전력의 대처가 충분치 않다며 다른 방사성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을 지적했고, 대규모 지진으로 토대가 무너질 가능성을 상정한 대처 방안도 함께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앞서 지난달 후쿠시마 제1원전 앞 항만에서 잡힌 우럭에서는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기준치(1㎏당 100베크렐)의 180배에 이르는 1만8000베크렐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4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방사능 검출 기준치의 12배가 넘는 우럭이 발견됐죠.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수역에 사는 물고기가 항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원전과 거리가 있는 바다에서도 종종 세슘 함유량이 많은 생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2월에는 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이와키시 앞 바다에서 지역 어업협동조합이 정한 기준치를 넘는 세슘이 함유된 농어가 잡혔습니다. 오염수 방류는 수십 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로 인해 어떤 피해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죠.
전문가들도 오염수 방류 안정성 여부를 놓고선 갑론을박을 벌이는 중입니다.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물과 성질이 똑같아 제거가 불가능하지만, 무해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방사선 배출량이 적고 몸에 흡수되더라도 10여 일 정도면 다양한 생리작용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는 거죠. 반면 삼중수소가 먹이사슬로 인해 장기간 축적되고 사람이 이를 흡수할 경우 내부 피폭 등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 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앞 ALPS로 처리한 1ℓ 물이 앞에 있다면 마실 수 있다”며 오염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만약 그런 물을 1ℓ 마신다고 해도 계산하면 방사능 수치가 자연적 수치 대비 80% 추가로 오르는 것뿐”이라며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국회에서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도 “오염수 1ℓ를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의 방사능 수치가 12일가량 2배가 될 수 있지만, CT, X-ray 등 의학 설비에 노출되었을 때 방사선량보다 적다”며 “1ℓ가 아닌 10ℓ까지도 마실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죠.
반면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일본은 삼중수소가 내뿜는 에너지가 약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외부 피폭 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피부나 호흡,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삼중수소를 섭취할 경우 내부 피폭을 통해 다른 방사선 핵종보다 더 강한 방사능 영향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소동물, 포유류를 통한 실험에서 위험성이 나타났지만, 사람에 대한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고 짚었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직접 참여한 고토 마사시 공학 박사도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삼중수소는 인체나 생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문제가 아니라 환경으로 내보내는 이 방사성 물질의 절대량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삼중수소 이외에 방사성 핵종을 어느 정도까지 제거했고 정화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런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흘려보내도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일각의 우려에도, 일본 정부는 IAEA와 주요 7개국(G7)의 지지를 기반으로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20일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ALPS로 처리된 물의 방류가 IAEA 안전 기준 및 국제법에 맞게 실시돼 인간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IAEA의 독립적 검증을 지지한다”고 밝혔죠.
인접국인 만큼 우리 정부도 2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을 후쿠시마에 파견, 원전의 오염수 처리 설비 설계 등을 확인하고 나섰습니다.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시찰을 통해 주요 설비들이 설계대로 현장에 설치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상 상황 시 오염수 방출을 차단하는 수단도 확인했다”며 “구체적 자료도 확보해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추가적인 시료를 채취하지 못하고 일본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받아오는 정도에 그쳤다는 ‘빈손 시찰’ 비판도 나왔죠. 실로 도쿄전력은 국가 1급 보안시설, 영업비밀 등 이유로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오염수에 대한 시료 채취를 제한해 우리 시찰단뿐 아니라 IAEA조차도 도쿄전력이 채취한 오염수를 받아 분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해수와 어류 등 샘플과 원전 근로자의 방사선 피폭 평가와 관련된 모니터링 체계를 다룰 예정인데요. 우리 시찰단도 IAEA의 최종 보고서까지를 참고해 최종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IAEA가 최종 보고서에서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힘을 싣는다면, 이는 사실상 방류의 명분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는 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북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돼 우리나라 근해로 돌아올 때의 농도라면 평생 마셔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반 시험성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 직접 채취를 허용해 이중 확인이 가능하게 해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요구를 관철해 국민 불안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잘못된 정보까지 확산한 만큼,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전향적으로 협조해야 하고, 우리 정부 역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여야는 8일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검증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기도 한 만큼 양측의 가중치와 입장은 첨예하게 갈려, 실제 개최까지는 험로가 예상되죠.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비과학적 정보 등으로 막연한 공포심을 자아내는 공세는 국민적 혼란만 가중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안전성을 가릴 수 있는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고, 방류 후 우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결과를 소상히 알리는 등 국민 신뢰 회복도 절실하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