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업 확장에 탄력 붙을 전망
SK온이 1년 만에 10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8일 이사회를 열고 SK온의 투자유치를 위한 주주 간 계약 체결의 건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SK온은 싱가포르계 신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4억 달러(약 5300억 원)를 투자받게 됐다.
이번 투자유치를 포함해 SK온이 최근 1년 새 조달한 자금은 최대 10조7700억 원 규모다. 이 중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확보한 금액만 최대 8조1700억 원에 이른다.
SK온은 지난달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로부터 1조2400억 원을 확보했다. 같은 달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에도 성공했다. 유로본드는 SK온이 글로벌 채권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첫 사례다.
여기에 더해 SK온은 현대차와 기아로부터 2조 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SK온과 현대차그룹은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조 원을 확보했다.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SK온은 지난해 7월 독일 무역보험기관인 오일러 헤르메스와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20억 달러(2조6000억 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SK온은 ECA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헝가리 이반차에 건설 중인 유럽 3공장 건설에 투자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I 투자 유치는 아직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SK온이 생산능력 증설을 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었다”며 “목표치를 상회하는 재원 확보는 대규모 증설에 대한 재무적 부담감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수익성 확보, 더 나아가 향후 기업공개(IPO)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이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숨통이 틔게 됐다. SK온은 현재 헝가리와 중국 자체 공장을 확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고의 합작공장뿐만 아니라 미국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와 테네시에도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다만 자금 부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SK온은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최소 220GWh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만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는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 중”이라며 “앞으로도 재무 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