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10여 명이 집단 퇴사한 뒤 해당 어린이집의 부실 운영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종시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교사들은 해당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간식과 점심을 부실하게 배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10여 명은 5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로 부임한 원장과 고용 승계, 근로계약서 작성, 어린이집 운영 등의 문제로 갈등이 커지면서다.
어린이집 학부모 120여 명은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해임동의서를 세종시 제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장과 원장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교사들도 면직 가처분 신청 및 직장 내 갑질과 강요, 협박 등으로 원장을 고소할 예정이다.
민원은 이 원장이 원아 외모 비하, 엄격한 졸업식 행사 연습, 학부모 문의와 관련해 경제 수준을 비하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또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간식과 점심이 부실하게 배식 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돈가스 3㎏을 구매해 원아 75명과 교사 10명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돈가스 1인분이 200g인 것을 고려하면 15인 분량을 85명에게 나눠줬다는 것이다. 애초 공지됐던 것보다 훨씬 적은 양의 죽이 제공됐다는 사진도 공개됐다. 85명이 먹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분량이다.
이에 대해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이 일부 학부모와 짜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음해가 이어지고 있어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교사와 원장 사이에 갈등의 골이 가장 깊은 건 고용 승계에 대한 부분이다.
교사들은 승계를 약속한 원장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사직서를 내면서 인수인계를 고려해 이달 30일까지 근무할 것을 명시했으나 원장이 2일까지만 출근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원장은 전날 연합뉴스에 "교사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일까지만 근무하겠다는 것은 본인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관련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갈등이 교사들의 집단 퇴사 이어지면서 5일부터 교사 부족으로 영아 만 2세와 유아 만 3세를 통합 운영하거나 만 3세 원아를 만 5세 반에서 보육하는 등 어린이집 운영에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세종시 관계자는 "부실 급식 의혹의 경우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아직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