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확대→수익증가→재투자 선순환
섬성전자 1Q 배당수익 전년比 65배↑
비과세 비중 높인 법인세 개정안 효과
삼성·LG전자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본격적인 ‘자본 리쇼어링’에 나섰다. 환율 효과에 따른 수출 및 해외판매 증가, 이를 바탕으로 한 배당수익의 확대가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얻은 배당이익으로 미래 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12일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전년 대비 4.6배 늘리고, 이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59억 달러(약 8조 원)를 국내 전기차 분야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자본의 본국 회귀)’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외 자회사가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에 대해 95% 과세를 면제해 주는 법인세법 개정에 나섰다. 이후 거액의 ‘자본 리쇼어링’이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재투자가 경상수지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가 21억 달러, 기아가 33억 달러, 모비스가 2억 달러 등을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전체 배당금의 79%는 상반기 내 본사로 들어온다. 전기차 분야 투자 등에 본격 활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21%도 올해 안으로 국내에 유입된다.
현대차그룹의 해외법인 배당금은 배당액 공개를 시작한 2020년 1억 달러에서 2021년 6억 달러, 2022년 13억 달러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해외법인 배당금 활용에 따라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 건전성 개선은 물론 현금 확보를 통한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자본 리쇼어링은 2021년 환율 상승에서 시작했다. 강달러 시대가 본격화하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재계 주요기업들은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큰 마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해외 판매(생산)법인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경영실적 호조로 높은 수준의 잉여금을 보유한 이들 해외법인이 올해 본사 배당액을 전년 대비 4.5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여력도 생겼다.
강달러 효과로 배당수익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6612억 원의 배당수익이 발생, 작년 1분기(약 2825억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올 1~3월 누적 배당금수익(이하 별도기준)은 약 8조4398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1275억 원) 대비 6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6400억 원에 그치는 등 현금흐름이 경직되자 투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법인의 잉여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배당금수익 대부분을 반도체 부문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계 주요기업의 자본 리슈어링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법인세법 개편도 존재한다. 기존에는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이 국내로 배당되면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과세한 뒤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납부세액이 공제됐다. 그러나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이미 과세한 배당금에 대해서는 배당금의 5%에 한해서만 과세하고 나머지 95%는 과세가 면제된다. 결국, △환차익을 노린 수출시장 확대 △해외법인 배당 수익 증가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인세 개편까지 맞아떨어진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장 리쇼어링이 영업이익으로 반영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지만, 자본 리쇼어링은 당장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