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코인마켓 거래소 자본 잠식 상태 최우선 생존 전략은 실명계좌
1사 1은행 관행 혁파 필요…신규 시장 진입 은행 AML역량 상대적 부족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지급 중인 5개 은행에 실사 요청 공문을 진행했다. 주요 골자는 코인마켓 거래소도 원화마켓 거래소와 동등한 기준으로 평가해달라는 내용이다.
13일 VXA에 가입한 거래소 중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 △플랫타이엑스(플래타익스체인지) △후오비(하이블록) △포블게이트(포블게이트)가 신한은행 본점에서 협의체 공동명의로 원화마켓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했다. VXA는 같은 날 신한은행을 포함한 전북은행ㆍ카카오뱅크ㆍ케이뱅크ㆍNH농협은행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한 타 은행들에도 같은 내용의 문서를 발송했다.
김석진 플라이빗 대표는 “공문을 제출하게 된 이유는 공정한 룰에서 서비스 기준이 있다면 우리도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코인거래소 전부에게 (실명계좌를) 달라는 게 아니고 공정한 심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고팍스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이후로 원화마켓 자격을 얻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없다.
김석진 대표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운영을 위해)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데, 거래소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현황시스템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는 자본 잠식 상태다. 총 27개
거래소 중 12곳이 완전자본잠식, 7곳이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이중 고파이 예치금으로 부채가 늘어난 고팍스를 제외한 18곳 전원이 코인마켓 거래소다.
한 VXA 회원사 대표는 “직원 인건비로만 한 달에 5억 원 정도가 빠져나가지만 실질적인 매출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인마켓 거래소 대부분이 존폐 기로에 선 상황이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총 27곳이다. 이중 22개가 코인마켓 거래소다.
또한, 공문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지만, VXA 회원사들은 코인마켓 거래소가 실명계좌 계약을 받기 위해서는 1거래소 1은행 체제의 룰이 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지방은행들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실명계좌 발급 관련 움직임이 있지만, 기존에 실명계좌 발급을 하고 있는 은행들과 비교해 자금세탁방지 역량이 부족해 FIU에서도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기환 플라이빗 상무는 “AML능력이 부족한 지방은행이 고위험 업군인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제휴가 된다면 리스크 관리가 되겠냐는 게 명분이 될 수 있다”라며 “이런 리스크 때문에 당국에서는 제한적인 조치를 취했는데, 이제는 룰 자체를 바꿀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아우성에도 시중은행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민원에 꼼짝도 안할 것”이라며 “사적 계약의 문제이고 민원 넣는다고 들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명확인 입출금 제도는 위험평가 자금세탁 위험성을 평가하고 너무 고위험이다 싶으면 여러 가지 조건을 단다”라며 “위험 관리 가능한 범위에 들어오면 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