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동국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부 관련부처서 다각도로 추진중
사람·산업 연결…지방이 경쟁력 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고 ‘다중위기(polycrisis)’시대다. 올해 초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다중위기를 경고했다. 글로벌 시대 지도자는 외교, 경제, 전쟁 등 복잡한 국제 흐름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하고, 다중위기 시대에 알맞은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식을 하거나 시대착오적 대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전통 위기는 식량부족이나 전쟁, 기후변화, 물 부족 위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라는 신종 위기가 나타나 식량 부족과 같은 전통위기에 겹쳐진 ‘복합위기(multicrisis)’가 지속된다. 그럼에도 복합위기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주요국 지도자들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구호만 요란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느 정도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지금부터는 모든 국력을 ‘융복합’에 모아야 공급망 확보나 미·중 패권 다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며칠 전 어느 원로 인사가 한 말이다.
융복합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전문가들도 융복합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평생을 바친 고(故) 김기형 초대 과기처 장관은 필자에게 “우리나라에서 농업 부문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농업은 먹거리를 중심의 기초기술부터 첨단바이오, 순환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고 1, 2, 3차 산업이 ‘융복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농산업은 농산물 생산부터 애그테크(ag-tech), 그린바이오, 합성 에너지 등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융복합하는 산업이다. 우리 강점을 살린 ‘한국형 융복합’을 만들어내야 한다. 문제는 산업 간 장벽이 높고 부처 간 칸막이가 심해 실질적 융복합이 어렵다는 점이다. 고도의 전략과 치밀하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람’과 ‘산업’과 ‘지역’의 융복합은 더욱 어렵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사람의 융복합’을 잘 하지 못하는 점이다. 사람 융복합은 건전한 정신과 육체를 회복하고 과거와 현재를 융복합하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의 융복합’이 제대로 돼야 지역 갈등이나 진영 간 대립을 방지할 수 있다. ‘코로나 19 ’펜데믹 이후 우리 국민의 70%가 우울감과 무기력, 불안에 빠져있다고 한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로 매사에 의욕이 저하되고,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된다. 더 악화되면 불평과 분노가 많아지고 반사회적 행동, 반정부 행위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건강한 정신과 육체 회복과 산업의 융복합을 추구하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스마트치유산업포럼이 지난달 17일 서울에서 창설됐다. 스마트치유산업포럼에는 농업계, 의료계, 산업계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참여했고 관심도 높았다. ‘치유’, ‘힐링’, ‘웰빙’이 이제는 국민적 관심 사항이다. 치유산업 영역은 치유 농업을 포함해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관광, 음식 치유, 명상 치유 등 매우 넓다. 주말이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농촌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언론의 관심도 ‘나는 자연인이다’ 등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에 주목한다. 치유의 영역과 범위가 넓다 보니 관련 종사자들 간의 갈등도 많고 부처 간 다툼도 많다. 다만 치유산업이 매우 중요하고 향후 역할이 증대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간 농촌진흥청에서 ‘원예치유’ 중심으로 치유 이론과 정책 개발에 힘써 2021년 3월 ‘치유농업법’(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치유농장 남발을 막기 위한 관련 법령도 정비됐다. 산림청은 ‘산림치유’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부는 ‘해양치유’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이 이뤄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치유관광산업법’을 제정 중이다. 치유산업은 지방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지방 대학 위기, 지방 경제 침체, 지방 소멸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이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을 투입했으나 결과는 실패”라는 지방 소멸 대응책이다.
지방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유산업은 지방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고 건강, 힐링 등 인간성을 강조한다. 산, 강, 바다, 온천, 섬, 향토 음식, 한방, 사찰 등 치유산업 소재는 지방에 널리 분포돼 있고 지방이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지역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사람과 산업과 지역을 살리는 치유산업을 발전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