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 선택한 첩보스릴러 '동조자' 작가 "두 마음으로 사는 베트남 이민자 정서 반영"

입력 2023-06-15 14:0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퓰리처상 수상' 비엣 타인 응우옌

▲15일 오전 서울 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조자', '헌신자' 한국어출간 내한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동조자’ 출판 전에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면 더 훌륭한 소설이 나왔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구성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를 줬다.”

2016년 데뷔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가 15일 서울 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어책 출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HBO에서 제작 중인 드라마 ‘동조자’ 논의를 위해 2019년 처음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는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는 “박찬욱 감독님과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제 소설을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수많은 질문과 제안을 던졌다”고 회상했다.

‘올드보이’를 비롯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과 ‘아가씨’, ‘리틀 드러머 걸’ 등을 모두 챙겨봤다는 그는 “색채, 조명 등 시각적인 스타일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또 “드라마로 만들면서 많은 소설의 많은 부분을 바꾸는 등 수정이 있을 것으로 알지만, 박찬욱 감독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서 그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고 소설의 주제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믿음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동조자'와 '헌신자' 입체표지 (민음사)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 함락으로 난민이 된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성장한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는 ‘두 개의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의 이야기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는 등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공산당을 위시하는 북베트남과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미국 사이의 이중간첩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1인칭 시점 소설로 작가 특유의 풍자와 유머가 녹아들었다.

후속작 ‘헌신자’는 부모님 세대가 경험한 프랑스 식민지 시절까지 소환한다. 이중간첩 생활 이후 프랑스로 넘어간 주인공이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느 쪽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상황을 다룬다.

그는 주인공이 “두 개의 얼굴, 마음, 정서를 갖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자신이 베트남 난민이자 동양계 미국 이민자로서 경험한 정체성을 반영했다고도 짚었다.

전쟁, 식민 지배 등 폭력의 역사의 영향을 받은 그의 삶을 “집 안에서는 미국인으로서 베트남인(부모님)을 염탐하고, 집 밖에서는 베트남인으로서 미국인을 염탐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자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개인사에서 이어진 경험은 그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두게 했다. 2008년과 2010년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도 그래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군인들의 서사가 어떤 방식으로 전해지는지 알고 싶어 용산의 전쟁기념관도 방문했다고 한다.

이날 베트남 한미 지역에서 벌어진 한국군의 양민 학살을 자세히 언급한 그는 “한국의 참전 군인이 베트남의 해당 마을에 추모비를 세우는 사업을 진행했지만 (한국군이라는) 주어를 생략하고 ‘165명의 마을 사람이 희생당했다’고만 썼고, 마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외진 곳에 세워졌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또 “그곳에서 30여 분을 가면 골프장, 리조트 등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지은 관광지가 있다”면서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거나 들여다보려 하기보다는 경제발전, 외교적 관계, 관광개발에 더 집중하려 한다”며 한 아쉬움을 표했다.

“역사의 모든 주체는 과거를 긍정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고 꼬집은 그는 “’선의로 역사에 참여했다’, ‘나쁜 짓을 한 건 적들이다’라고 말하며 자기 서사를 만들어 가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내가 쓴 두 편의 소설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자기를 합리화하고 과거를 정당화하는 서사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정의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