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기업 5개 모두 "불공정 거래 확인된 바 없어" 공시
“5000주 물림. 살려주세요 본전만”, “오늘 -7% 가길래 낙주매매 잡았었는데 큰일이다”, “하따(하한가 따라잡기)했는데 거래정지 됐네요”
14일 의문의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등 5개 해당 종목토론방에는 물린 투자자와 이른바 ‘하따’에 나선 투자자들이 한데 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4월 발생한 SG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사태가 발생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사건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해당 종목의 하락 배경과 불공정 거래 가능성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CFD 사태와 달리 하락 종목들에 일제히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이번 상황이 제대로 규명될 때까지 당분간 투자자들의 돈이 묶이게 됐다.
15일 한국거래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1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5종목은 여전히 거래정지 상태다. 아직 하한가의 원인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종목은 모두 거래량이 적고 특별한 호재없이 오랜 기간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4월 CFD 사태에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던 종목들과 비슷한 특징을 가졌다. 이에 일각에서 ‘제 2의 SG사태’가 재발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시장에선 지난 CFD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FD사태 당시 외국계 창구인 SG증권에서 대부분의 물량이 쏟아졌지만, 이번엔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여러 창구에서 물량이 나왔고, 이 중에선 CFD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락을 이끈 거래원이 저번 사건과 달랐던 것처럼, 당국의 대처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번 5개 종목에 대해 일제히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앞서 CFD 사태에 연관됐던 선광·하림지주·대성홀딩스·다우데이타·세방·서울가스·삼천리·다올투자증권 등 8종목은 최대 4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음에도 거래정지가 없었지만, 이번엔 하한가 사태에선 즉시 다음날부터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했다.
일부 개인은 이 같은 거래 정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오히려 탈출할 기회를 잃어 돈이 묶였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거래정지와 함께 거래소는 5개 종목에 대해 불공정거래 풍문에 관한 조회공시도 요구했다. 이에 15일 5개 기업 모두 “불공정 거래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일제히 답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은 "현재 불공정거래와 관련하여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방림도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이 없다"며 "주가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한 원인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당사도 언론의 보도내용을 더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동일금속 또한 "불공정거래 풍문 등의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당사가 인지하고 있는 사항은 없으며, 각종 매체에 보도된 내용들과 무관하다"고 공시했다.
당국과 거래소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특정 세력이 주가에 관여했을 우려가 큰 만큼 불공정 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해당 종목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진행 상황은 확인해주기는 어렵다”면서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면서 조사 방향의 가닥이 잡힐 것 같으며 이후 적절한 타이밍에 이야기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거래정지에 관해선 “14일 주가폭락은 지난번 (4월 CFD) 사태와 유사하게 진행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선제적으로 금융위와 거래소에 적극적으로 협의를 요청하고, 합의를 통해 거래 정지 조치를 하게 됐다.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CFD 사태 때 시장불안이 커졌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으로 이번 (거래정지) 조치를 하게됐다”면서 “(해당 종목들은) 금융당국의 조사가 끝나고 결과가 도출되야 거래정지 해제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