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어제 “국내 연안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과 유사하다”고 했다. 일본이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처리 방류시설 시운전을 시작해 괴담과 선동이 난무하지만 정작 해양·해수 안전도에는 이상이 없다고 확인한 것이다. 측정 농도는 국제 안전 기준에 견주면 수천분의 1~수십만분의 1에 그친다고 한다.
이 발언은 정부가 어제 시작한 일일브리핑에서 나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브리핑 개시의 이유로 “정보 부족 혹은 잘못된 정보로 우려가 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정부는 앞서 4월부터 매주 수산물 안전 검사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5월 넷째 주까지 국민이 방사능 검사를 신청한 수산물은 264건이다. 검사가 끝난 46건 중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된 것은 한 건도 없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의 갈등을 풀 궁극적 해법은 과학밖에 없다. 하지만 과학계마저 정파적 이해에 휩쓸리거나 잘못된 소신 등에 휘둘려 잡음을 내기 일쑤인 것도 사실이다. 과학과 무관한 정치인, 시민단체 등이 소음을 키워 과학계 목소리를 잠재우는 경우도 흔하다. 10여 년 전 미국산 광우병 괴담, 2016년 사드 전자파 위해 논란 등이 다 그런 경로를 달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제적 성가가 높은 전문가 발언이 정파적 야유와 함성에 묻혀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인 박일영(충북대) 교수는 최근 다핵종제거설비로 60여 종의 핵종을 제거한 오염수를 방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냈다. ‘희석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글이다. 박 교수는 ‘댓글 테러’와 같은 봉변을 겪고 있다. 박 교수만의 피해가 아니다.
근본 책임은 당연히 일본에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얼마 전 “한일 양국 국민의 건강,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오염수를) 방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에서 더 명확히 그 입장을 재확인하고 실행해야 한다.
일본만 탓할 계제도 아니다. 광우병 등에 이어 또다시 불안을 부추기는 ‘공포 마케팅’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즐비하다. 거대야당부터 “우물에 독극물” 같은 반일선동에 나서고 있지 않나. 한일 양국의 신문이 최근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일본인 30%, 한국인 84%로 나타났다. 인식차가 크다. 공포 마케팅이 일부 먹힌다는 뜻이다.
공포 마케팅은 결국 과학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실증적 근거에 바탕을 둔 국민소통을 대폭 강화하고 정치권은 끝장토론 자리라도 만들어 진실 규명을 도와야 한다. 비전문가가 날뛰는 무대가 아니라 과학계의 생산적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