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난 겪었던 기업들 섣부른 감원 꺼려
‘워라밸’ 중시하는 근로자 늘어난 것도 원인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민간 영역의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민간 부문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월 기준 34.3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고점이었던 2021년 5월 35시간보다 줄어든 것이다. 특히 파트타임 직원 의존도가 높은 호텔과 레스토랑, 상점 등 서비스직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약 5% 감소해 전체 감소폭(2%)을 크게 웃돌았다.
그간 근로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의 단축은 대규모 감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아메미야 아이치 노무라증권 미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노동시간 단축이 정리해고 물결의 전조 증상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에 접어들면서 근무시간 단축 흐름을 단순히 대량해고의 선행지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상당수 기업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고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비농업 고용은 33만9000명 늘어나 올해 들어서만 160만 명이 신규 고용됐다. 반면 4월 기준 정리해고율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치보다 13% 가까이 낮았다.
이처럼 고용이 늘어나는 반면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배경으로는 이른바 ‘팬데믹 트라우마’가 꼽힌다. 팬데믹 전후로 심각한 고용난을 경험한 기업들이 섣불리 감원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또 저임금 산업과 같은 특정 직군에서는 구인난으로 초과근무를 해야만 했던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충원으로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도 지표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주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에서 봤을 때) 인력 부족으로 레스토랑이 특정 날짜나 특정 시간에 문을 닫아야 하는 등 공급이 주요 제약 요소가 됐던 지점은 지났다”면서 “기업들이 평소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고용시장이 여전히 과열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 또한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팬데믹 이후 일과 삶 균형을 맞추려는 근로자들의 우선순위 변화도 근무시간 단축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팬데믹이 한창이었을 때 재택근무 등의 이유로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이후에도 근로자들의 가치관 변화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