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안해내기 위해서는 고유한 기술과 더불어 많은 인력 및 자금이 필요하지만 재생산 또는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는 인력과 자금이 거의 필요 없다. 따라서 디지털기업은 추가적인 인건비나 자본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생산량과 판매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추가비용 없이 무한대로 판매할 수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과 애플은 자사의 인터넷사이트를 플랫폼화함으로써 추가적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구입 또는 제작한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추가비용 없이 전 세계 고객에게 스트리밍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상품의 특성은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을 불러온다.
우선, 디지털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했을 경우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최우선을 둔다. 제품의 재생산 원가가 매우 낮아 판매량이 늘수록 이익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경제 분야에서는 제품 가격이 싸고 생산량도 풍부해져 소비자 후생이 크게 증진된다. 한편, 디지털기업의 시장점유 확대 전략과 네트워크효과(어떤 디지털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사용자 수의 증가가 사용자 간 소통·거래 여지를 높여 해당 서비스의 유용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사용자 수의 증가와 서비스의 유용성 간의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사용자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가 결합해 선발기업의 세계적인 시장 독과점이 흔히 발생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수십 년간 세계의 사무처리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구글은 인터넷 검색시장을, 메타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애플은 휴대폰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초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선발자가 시장을 독과점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개발 후의 생산량 확대에 따른 비용부담이 적기 때문에 가용 자원을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신제품 개발이 급증하면서 사회적으로 혁신이 대폭 늘어난다. 특히 사회 구성원 다수가 디지털기술을 본격 활용하는 시점이 되면 사회의 혁신 역량이 크게 높아지면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무병장수, 영구적 행복, 신의 능력’ 등과 같은 오래된 희망의 실현에 나서는 동시에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활발하게 진출하게 될 전망이다.
셋째,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노동 자본 등의 유용성이 하락하면서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자본가의 경제적 역할이 위축됨과 아울러 이들의 소득도 줄 것이다. 반면 디지털기술과 창의력을 갖춘 전문인재·기업가 또는 유용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한 기업은 국내외 시장을 점유하면서 매우 큰 이익을 거둘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격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
대표적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디지털기업인 네이버를 비교해 보면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2021년 기준 현대차의 자본금은 1조4890억 원, 종업원수는 7만2688명, 매출액은 11조7611억 원, 당기순이익은 5693억 원, 매출액순이익률은 4.8%다. 현대차는 대규모의 자본과 노동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매출액 규모 역시 매우 크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자본금은 165억 원, 종업원수는 4678명으로 자본과 노동력 사용 규모가 현대차의 90분의 1, 1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매출액이 5조187억 원으로 현대차의 43%에 이른다. 당기순이익은 1조5248억 원으로 오히려 현대차보다 1.7배 더 크며, 매출액 순이익률은 30.4%로 현대차 4.8%의 6배다.
디지털기술 발전은 우리 경제와 사회에 여러 가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것이 수반하는 부작용 또한 상당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잘 갖추어졌을 때 디지털전환이 보다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며, 그럴수록 우리나라가 세계의 디지털시장을 선점해 디지털전환의 효익을 더 크게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