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본사 품은 텍사스주도 지원 사격
미국 최대 충전기 제조업체 BTC파워도 합류
CCS 밀었던 바이든 정부, 한 발 물러서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봄부터 리비안 전기차 소유주들은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1만2000개의 테슬라의 충전시설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리비안은 또 2025년 1월부터는 자사 차량에 테슬라와 같은 충전 포트 표준을 탑재할 계획이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의로 리비안 전기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구매자들은 테슬라의 광범위한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본사와 신규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도 NACS에 힘을 실었다. 텍사스주는 주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전기차 충전소들은 CCS와 테슬라의 NACS를 함께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전기차 충전기 제작업체 BTC파워도 이날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NACS 커넥터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기업들이 ‘테슬라 표준’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NACS가 북미 지역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포드에 이어 이달 8일에는 제너럴모터스(GM)도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했다.
GM·포드·현대차·기아·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은 그간 미국 정부 지원 대상이었던 ‘합동충전시스템(CCS)’이란 규격을 써왔다. 문제는 이들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자체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아 차량 소유주들의 불편이 컸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이들 기업이 수익성은 기대할 수 없는 충전시설 구축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는데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소 보급 확대 관련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관련 기술과 충전소 네트워크를 개방했고, 이에 경쟁업체인 포드와 GM 등이 테슬라 규격을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간 CCS 충전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 방식을 표준으로 밀었던 조 바이든 정부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9일 “NACS를 사용하는 전기 충전소도 CCS 커넥터가 있다면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미 테슬라 슈퍼차저는 자국 내 전체 급속 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에 미국에서 CCS를 써온 현대차·기아나 폭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 업체나 충전사업자가 중장기적으로는 NACS로 돌아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인베스터데이’에서 “아직 테슬라 충전 방식에 합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