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람 중소중견부 기자
최근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고객사) 수주가 줄었다고 실적 감소 이유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거대 기업과 중소기업이 그 뒤를 받쳐주는 산업구조로 돼 있다. 대기업의 경쟁력이 감소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경쟁력도 같이 하락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경쟁력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전년보다 확대됐고,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1%포인트(p) 가까이 하락했다.
통계청과 관세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상위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5%에서 35.6%로 0.1%p 상승했는데, 해당 비중은 2020년 35.3%, 2021년 35.5%, 2022년 35.6%로 매년 늘고 있다. 중견기업의 수출 비중도 17.2%에서 18.2%로 1%p 확대됐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17.5%에서 16.6%로 0.9%p 하락했다.
보통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1·2차 공급사가 되기를 꿈꾼다. 굵직한 계약을 통해 단숨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기업 물량에 목을 매다 보니 자칫 기업 경쟁력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악수가 되기도 한다. 규모를 키워 성장을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이 대기업의 사업 부진에 동반 침체를 겪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독일은 강소(强小)기업이 많기로 유명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독일 중소기업의 강점 요인을 분석한 결과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힘쓰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의 체계적이고 집중화된 강소기업 육성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중소기업은 대기업 편중 매출을 벗어나기 위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전략을 갖추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