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우려에 "롱텀 자산운용 노하우 살려야"
생보사장단, 새먹거리 연금보험 규제 완화 요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당부했다. 최근 경기 민감성 자산의 손실 위험이 커지면서 해외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 리스크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보험사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생보사 사장단은 새 먹거리인 연금보험 상품의 규제완화 등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21일 여의도 모처 한정식집에서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 한화생명 여승주 사장, 교보생명 편정범 사장, 농협생명 윤해진 사장과 비공개 만찬을 진행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업계 얘기를 듣는 차원”이라면서도 “생보사의 핵심은 롱텀 자산운용인데 관련된 노하우를 살려보자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보험사에 ‘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연기금과 같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 건설사나 위기를 겪는 회사 등 투자적격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는 당부다.
보험사는 숏텀 비즈니스를 하는 증권 은행과는 달리 롱텀으로 투자하는 업권이다. 보험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대부분 채권에 투자하는 등 연기금에 이어 자산운용시장 큰 손으로 불린다. 특히 위기 때마다 장기자금을 공급하면서 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실제 보험사들은 2008년 1조5000억 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2020년에는 1조3000억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며 시장안정을 이끌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초 유동성 위기 때 보험사가 채권을 팔아버리니 채권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며 “금융시장에서 보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당시 이 원장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퇴직연금 차입한도 규제 완화조치가 정상화돼 유동성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원장은 올 초 보험사 CEO간담회에서도 “보험사들은 연기금과 같이 롱텀 투자를 하면서 금융시장 저변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최근 여러 가지 사업들로 어려움을 겼으면서 그런 기능을 수행하기 쉽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이같은 어려움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 CEO들에게 더 다양한 등급의 회사채 투자 등이 가능하다면 해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서 사장들은 연금보험규제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업계에서는 “팔 상품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새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업계는 연금수령액을 높인 상품의 중도환급률 규제를 예외 적용하도록 하고, 저해지환급형 연금상품의 다양한 설계를 위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또한 생보업계는 현재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및 디지털 혁신을 통한 서비스 제고 △고령인구 증가에 맞춰 연령대별·유병자 맞춤형 상품개발을 통한 보장 확대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보건의료 데이터의 온전한 활용 여건 조성도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