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기증자 숭고한 뜻 기려 사명감 갖고 일해”
“기증된 카데바(사체)를 통해 유방암과 화상 환자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류주연 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 센터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기증된 시체의 조직을 제품화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생소한 분야이지만, 기증자에 대한 예우와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최상의 인체조직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에 위치한 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이하 센터)는 미국 조직은행에서 인체조직을 냉동상태로 공급받아 국내에 필요한 인체조직제품을 생산한다.
27일 시지바이오에 따르면 센터에서 생산한 인체조직제품은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에 사용하는 ‘시지덤 원스텝’, 유방부분절제술 후 결손부위 조직에 수복 용도로 사용하는 ‘시지리알로퍼티’, 화상이나 외상에 의해 심하게 손상된 부분층 피부이식에 사용하는 ‘시지덤 매트릭스’ 등이다.
일반적으로 채취된 인체조직은 피하지방까지 같이 오게 된다. 센터에서는 피하지방을 분리한 뒤 약품 처리로 표피까지 제거한다. 또 면역반응이 없도록 세포와 모근도 없앤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해당 인체조직을 이식 받을 사람에게 맞도록 하는 추가 공정을 거친다. 이후 무균 포장 작업이 진행된다. 한 기증자당 가공 기간은 보통 4~5일이 소요된다.
기자가 센터를 찾은 당일엔 인체조직제품을 생산하는 마지막 단계인 포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센터 2층에서 본 생산시설은 작업 공간별로 완전히 구분돼 있었다. 작업자 모두 방진복과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세심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포장실 내 작업 복장은 더욱 까다롭다. 방진복 위에 후드를 쓰고, 라텍스 장갑에 수술용 장갑이 더해졌다. 무균 처리된 공간에서는 가공된 인체조직 확인 작업이 이어졌다. 인체조직은 기증자마다 피부색, 탄력, 모근 수, 수술자국 등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시지바이오 내부 기준에 맞춰 제품 포장단계 때 품질관리팀에서 검수를 함께 진행한다. 제품 크기, 두께. 색깔, 점의 개수 등이 적힌 체크리스트로 검수 직원이 하나하나 확인 후 패키징 작업을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 기증자의 카데바(사체)에서 최소 10개에서 1000여 개의 인체조직 제품이 생산된다. 시지바이오 관계자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역추적할 수 있도록 기증자 별로 시리얼 넘버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다”며 “제품 출고 이전에 사진촬영으로 기록까지 남겨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체조직을 다루다 보니 애매한 경우가 항상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인체조직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기 어렵고, 제품을 사용할 사람의 의견을 받아 최대한 높은 품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센터 지하 1층엔 세척 공정과 처리 과정에 사용되는 물을 일정 수준에 맞춰 관리하는 정제수 시설이 자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의료기기 제조시설의 청정도를 관리하는 국제기준(ISO14644)에 따라서 클린룸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자급 인원은 미국조직은행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전문 인력을 양성해 품질과 안정성에 지장 없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조직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은 몇 곳 있지만, 미국조직은행연합회(AATB)로부터 품질관리 시스템을 인증받은 곳은 시지바이오가 유일하다. 류 센터장은 “연간 피부 420명, 뼈 300명의 기증자를 수용할 수 있다. 국내 조직은행 중 최대 규모 가공 시설을 갖췄다”며 “AATB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한 기관이자, 아시아에서도 조직은행으로는 최초”라고 소개했다.
류 센터장은 “숭고한 취지로 기증받은 인체를 상업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헌혈’이라고 이해하시면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증받은 조직을 바탕으로 안전한 이식재의 형태로 공급하기 위한 연구 비용, 수혜자가 이식받았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비용들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비록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업무는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 류 센터장은 “이윤 추구보다는 정말로 인체조직이 필요한 곳에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일을 하고 있다. 숭고한 취지로 기증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