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장기적 악영향…프리고진, 선물 아닌 ‘다중 위험’”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해 반란 사태에 공동 행동하기로 했다. 이어 쿠데타를 일으킨 용병 기업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회담해 반란을 멈추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프리고진은 루카셴코 정권 중재 하에서 맺은 합의에 따라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가게 됐다.
NYT는 프리고진 ‘1일 반란’ 사건의 큰 승자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꼽았다. NYT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홍보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며 “그는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자 중재자,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동맹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으로 유럽외교협회(ECFR)에서 활동하는 파벨 슬루킨 연구원은 “푸틴은 자신의 체제가 얼마나 취약하고 쉽게 도전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프리고진의 공격은 매우 대담했지만 유약하게 후퇴했다”며 “루카셴코 대통령만이 협상 가능한 중재자로서 국제 사회에 눈도장을 찍으며 승점을 획득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루카셴코 정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리는 그의 통치 권력 뒤에는 든든한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벨라루스에서 부정 선거 의혹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보안 요원과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러시아는 친민주주의 시위 탄압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벨라루스에 값싼 에너지와 안보를 제공하며 구원자 역할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트랜틱카운슬의 한나 리우바코바 연구원은 “루카셴코의 입장이 중재를 통해 강화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의 정권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푸틴의 권위가 약해지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와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유럽리더십네트워크의 러시아·서방 정책 연구원 카티아 글로드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향하게 된 것이 해당 지역에 위험요소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에 의해 이용됐다고 생각한다”며 “2020년 반정부 시위와 탄압 이후 보안군의 충성도가 가장 중요한 곳에서 프리고진의 존재는 ‘다중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라루스의 야권 유력인사인 파벨 라투슈코도 “프리고진은 루카셴코에게 선물이 아니다. 독재자 푸틴은 프리고진에게 겪은 굴욕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독재자 자신에게 전략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작고 전술적이며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승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