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내부 불안 씨앗 남겨
에너지·곡물·비료 가격 상승에 인플레 압력 키울 우려
러, 전 세계 석유 수요 10% 담당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영문명 와그너)의 하루짜리 쿠데타가 세계 경제에 미칠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은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에 심각한 도전이 됐던 무장 반란이 여전히 러시아에 변화와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전날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후퇴했다. 협상을 통해 사태가 빠르게 일단락됐지만, 푸틴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에 치명상을 남겼다.
문제는 위태로워진 푸틴의 권력이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정은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한 세계 경제에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곡물·비료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우려가 있다.
알래스테어 윈터 아가일유럽 투자전략가는 러시아 정세에 대해 “푸틴은 분명히 약해졌으며 더 많은 사태 전개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전문가인 제프리 소넌펠드도 “푸틴은 완전한 혼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공급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혼란은 글로벌 원유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약 100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요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하루 원유 수출량 역시 800만 배럴에 이른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수출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여전히 중국과 인도에 에너지를 수출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의 혼란이 가중돼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과 인도가 공급처를 옮겨 에너지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CNN은 내전과 내부 정치적 갈등으로 에너지 수출에 차질을 빚었던 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언급하면서 “러시아는 이들 국가보다 석유시장에서 훨씬 더 중요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원자재 시장 분석기업 케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쿠데타 시도로 러시아의 불확실성이 가중돼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쿠데타)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의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XA의 코어 인베스트먼트 최고 책임자인 크리스 이고는 이미 시장이 러시아 사태에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원자재 시장 움직임에서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러시아의 혼란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추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비단 에너지 시장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혼란으로 곡물, 비료, 기타 원자재 수출이 제한돼 글로벌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러시아는 밀, 보리,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다. 2019년 러시아의 비료 교역 규모는 90억 달러(약 11조7216억 원)에 달했으며 글로벌 비료 공급량의 15%를 책임졌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에도 러시아발 쇼크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치솟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서구권 국가들은 현재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