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묘역 참배·文 예방 조율…당 현안엔 거리 둘 듯
안민석 "이재명부터 만나야…3가지 합의해야 당 통합"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묘역을 참배하며 귀국 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가 비명(非이재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실상 정치 복귀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친명(親이재명)계는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이 대표와의 회동 및 조력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24일 1년 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나흘 만이다. 이 일정에는 친낙계로 분류되는 설훈·윤영찬 의원이 동행했다. 이 전 대표는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제 정치의 원점"이라며 "1년 전 출국할 때도 여기서 출국 인사를 드렸던 것처럼 귀국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를 묻는 말에는 "우선 인사드릴 곳에 인사드릴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거기까지 정했다"라고 답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귀국 보고를 드렸다"며 "김대중 정신은 제 정치의 원점이다. 나라가 어지럽고 국민이 괴로운 시기, 원점에서 정치를 다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거래 논란 등이 맞물려 당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정치 복귀 행보에 시동을 걸면서 당내 긴장감은 고조되는 모습이다.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당에 겹악재가 드리운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비명계 결집 동력으로서 '이재명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당장 이 전 대표가 코인 논란 등 당내 민감한 현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친낙계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지난 20일부터 '김은경 혁신위'가 활동을 시작한 만큼, 혁신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굳이 계파 갈등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내 정치와 관련해선 이 안에 들어와 계신 많은 분과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면서 "비명계 차원을 넘어 민주당이 잘 되는 방향이 무엇이고 다시 국민 눈높이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민주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최근 펴낸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북콘서트 등 외부 강연, 호남 지역 기반 마련 등 정치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내려가면 모르겠지만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야 할 정도로 지지율이 낮지 않다"며 "6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 대표를 꼽은 사람이 33%였는데, 이 전 대표는 3% 나왔다. 호남 기반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와의 회동 시점도 관심 요소다. 이 전 대표는 귀국 후 이 대표와 통화로 안부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에선 이 전 대표가 우선 이 대표부터 만나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대표부터 만나야 한다"며 "만나서 '함께 검찰 정권에 맞서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함께 저지하자', '당의 혁신을 위해 힘을 모으자' 이 3가지를 합의하면 (당이) 통합의 길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