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부부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싸움 잘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요청을 가장 많이 받았다. 글쎄, 부부싸움 잘 하는 방법이 실제로 있을까? 있다. 더구나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 강력하게 입증되었다.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부부는 어째서 싸울까? 사람들은 흔히 내가 싫어하는 특정 화제(예컨대 시월드 이야기, 돈 이야기 등)를 상대 배우자가 꺼내면, 서로 분노가 치밀어서 싸우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가설이다. 하지만 아니다. 틀렸다. 이 주제를 평생 동안 과학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있다. 미국 과학자 존 가트맨 박사는 원치 않았던 이혼을 경험한 후, 사람들이 이혼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부부싸움(혹은 부부 관계)을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연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부부는 특정한 화제 때문에 싸우지 않았다. 그 화제를 말하는 방식 때문에 싸운다. 만약에 부부가 서로 상대가 싫어하는 화제를 말한다고 해도, 차분한 태도로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말한다면,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잘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답한다. “효과가 있는 방법을 말씀드릴 수는 있는데, 실천하진 못하실 겁니다.” 어째서 실천하지 못할까? 그동안 서로 ‘박터지게’ 싸우며 굳어진 습관 때문이다.
한국인처럼 감정적인 사람들이 본인이 딱 싫어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화를 내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특히, 상대가 목소리를 높이며 나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을 말해 준다.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싸우고 난 뒤에, 상대방이 나에게 보인 모든 언행 뒤에 무엇이 있는지 숙고한다. 특히, 배우자가 나에게 진정으로 무엇을 원했는지 잘 생각해 본다.
결국, 부부 사이에서 화가 났을 땐 상대 배우자가 내 속상한 마음, 내가 진짜로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알아줘야 마음이 풀린다. “그러니까, 당신이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이런 거였어?” 이렇게 말하는데 계속 외면할 순 없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부부싸움을 잘 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비현실적인 방법을 배우려고 하지 마시라. 그리고 싸울 땐 그냥 화끈하게 싸우되, 싸우고 난 후에 연구해 보시라. 배우자가 나에게 하려던 말이 진짜로 무엇인지.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