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윤석열 정부의 '킬러 규제' 개선 움직임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추후 세부 논의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생산 시설 투자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 완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수도권에 생산 시설을 마련할 경우 인력 수급, 인재 확보, 물류비 감소 등의 긍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정계획법상 공장건축 총량제, 조세특례제한법 등으로 인해 신ㆍ증설 인허가가 까다롭고 세제 혜택도 불가능하다.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흐름에 맞춰 전기차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생산 시설을 위치에 따라 조세 감면에서 배제되거나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한 정책 등으로 생산 공장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가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오토랜드 광명’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30조에 따라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내 투자에 대해서는 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78조에서도 수도권 산업단지 내 신·증축 공사 시 재산세 감면을 차별 적용한다. 수도권 외 지역의 산업단지의 경우 재산세의 75%를 감면해주지만, 수도권의 감면율은 35%에 불과하다.
업계는 수도권 과밀을 막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한 규제지만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보고 있다. 비교적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투자 유인책 등이 있는 국가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완성차 산업의 공동화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전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비용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와 지원책 부족으로 인해 신흥국 등으로 선택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전동화 전환 비율이 높아질수록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가 확대돼 산업 공동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필요한 이유는 우수 인재 확보 때문이다. 첨단 기업들에게 인재 확보는 기업의 성패와도 연결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서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수 인재 확보가 용이한 수도권에 특별 부지를 마련해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 해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발길을 돌리겠다는 계산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원삼을 확정한 이유도 같다. 서울 출퇴근의 마지노선에서 선택을 한 것이다.실제 경기도 용인에 입주를 문의하는 기업들은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이 용인을 출퇴근 남방한계선으로 긋는다고 입을 모은다.
물류 업계도 영향권이다. 기업이 시설 인프라 등 준비를 다 마쳤어도 지자체와 박자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 손해를 본다는 말도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을 포함한 산업단지 안에 지정된 업종이 아닌 물류센터가 입주하려면 더 많은 행정 절차가 필요했다”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규제 철폐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입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 특정지역을 제외해야 하는 식의 자유롭지 못한 상황은 굉장히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란 의견이 많다”면서 “첨단 산업의 경우 시장이 중요하고 시장에 대한 검증, 타당성 조사, 소비자 반응, 생태계가 모여 있는 입지 조건이 두루 고려돼야 해 수도권에 대한 기업의 요구들이 좀 더 크다”고 밝혔다.
반면 수도권과밀억제 정책을 무리하게 조정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향자 의원(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이 소외를 느끼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갈등의 요소으로 번질지 우려스럽다”며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는 게 먼저 나올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만들기 위한 그랜드 로드맵을 먼저 발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