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주차장 붕괴 사고가 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전면 재시공이다. 이번 전면 재시공에 들어갈 추가 비용은 최소 1500억 원에서 최대 5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재시공 대상은 지하 2층~지상 최고 25층, 17개 동, 총 1666가구 규모의 단지다. 공정률이 67%다. 큰 손이 가는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손익 문제에 그치지 않을 개연성도 많다. 부실시공의 후환이 이토록 치명적인데도 날림 공사를 남발하는 국내 건설문화는 좀처럼 바뀌지 않으니 혀를 차게 된다.
GS건설은 그제 사과문을 내고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 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했다. 다른 길을 찾을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 조사 결과가 그만큼 충격적이다. 주차장 붕괴는 총체적 부실로 초래됐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부터 철근 수십 개가 빠졌지만, 설계 검토를 맡은 시공사 GS건설과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감리자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업계는 무더기 대책을 쏟아내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늘 그때뿐이다. 잊을 만하면 또 놀라운 사고가 발생한다. 이번에 후진국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공사장은 국내 굴지의 공기업과 건설사가 책임진 곳이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같이 국내 건설업계의 간판급 업체마저 부실 공사로 분노를 자아내니 전국 공사판을 다 들추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만 해도 겁날 지경이다.
GS건설이 사과문에서 거론한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을 가리킬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 휴대폰 애니콜 불량률이 약 12%까지 올라가자 시중 제품을 회수해 일명 ‘애니콜 화형식’을 단행했다. 15만대 500억 원어치를 불태웠다. 이 화형식은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아파트 안전도는 거주자의 생명, 건강과 직결된다. 휴대폰의 불량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단정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왜 건설업계가 정신을 못 차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운수대통’만 믿는 것인가.
건설업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의 15.4%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리비아 대수로,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 등 해외로 진출해 세기의 역작을 줄지어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날림 본능’으로 자초한 국가적 손실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가 대표적이다. 성찰이 필요하다. GS의 이번 고육지책이 건설업계 나름의 화형식 역할을 해 단순히 아파트를 다시 짓는 재시공만이 아니라 건설 문화를 재구성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