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급증으로 여행수지 악화
수출에선 한일 경합도 낮아져 영향 미미할 듯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ㆍ엔 환율은 최근 800원과 9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앉았고, 이달 4일에도 보름 만에 800원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5일도 역시 800원대를 찍었다. 이날 오전에는 900원대를 다시 넘어섰지만, 최근 엔저 현상은 이례적으로 지속되는 중이다.
엔저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1995∼1997년 엔저가 이어지면서 수출 감소와 경상수지 적자를 불러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2004∼2007년에는 엔저로 인해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악화했다. 2013년 아베노믹스로 시작된 엔저 영향이 누적되면서 2015년 한국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의 ‘초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엔화가 1%포인트(p) 절하하면 우리나라 수출가격은 0.41%포인트 하락하고 수출물량은 0.20%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행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에 나서는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6월 3주 차 기준 일본행 항공 예약 건수가 4월 4주 차 대비 2.7배 늘었다.
이처럼 여행수지에는 부정적인 반면, 수출에서는 과거와 달리 양국 간 수출 경합도가 낮아지면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수출경합도(ESI)는 2015년 0.485에서 2021년 0.458로 내려갔다. 엔화 약세가 우리 기업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엔저는 경상수지에 두가지 측면 영향이 있는데, 하나가 여행이고 하나는 상품 수출입"이라며 "단기적으로 일본 여행 비용이 절감돼서 여행수지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상품수지에서 영향은 제한적이란 입장이다. 이동원 부장은 "사실 우리나라 일본 수출경합도가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많이 줄었다"며 "또 엔저가 수출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데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정책 목표 상회하면서 하반기에는 절상압력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7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다시 흑자로 돌아왔다.
다만,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여전히 34억4000만 달러 적자다. 작년 1∼5월(188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22억5000만 달러 줄었다.
이동원 부장은 "6월에 나오면 더 분명해지겠지만, 5월까지 봤을 때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이제 저점을 벗어나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