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만원 가던 LG생건 50만원 아래로…태광산업 130만 → 60만원 ‘반토막’
삼성바이오로직스·LG화학, 2021년 ‘반짝 황제주’
보통주 1주당 100만 원을 웃도는 이른바 ‘황제주’ 종목들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전통적인 황제주였던 LG생활건강과 태광산업은 지난해부터 황제주 자리에서 멀어졌고, 에코프로는 100만 원에 근접하며 황제주 진입을 노리고 있다. 반짝 황제주에 올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화학은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6일 장중 최고가 98만2000원을 터치하며 100만 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 주가가 851% 상승했다. 10만3000원에 출발했던 주가는 이달 1일 22% 상승하며 단숨에 90만 원대로 뛰어올라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90만 원 후반까지 상승했다.
에코프로가 주가 100만 원을 돌파하게 되면, 현재 국내 증시에서 유일한 황제주에 오르게 된다. 현재 1주당 100만 원 주가에 거래되고 있는 종목은 하나도 없다.
전통 황제주였던 LG생활건강과 태광산업은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6월 최고가 178만4000원까지 찍었지만, 현재 주가는 50만 원 밑으로 내려갔다. 7일에는 장중 저가 42만7000원까지 내려가며 신저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액면분할을 한 것 아니냐’는 착각을 할 정도다.
LG생활건강은 중국 화장품 부문이 부진을 겪으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의 대안이 되어야 할 일본, 미국에서도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7조1858억 원)과 영업이익(7111억 원)이 전년 대비 각각 11%, 45% 하락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부진으로 고가 화장품에 대한 중국 도매상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면세업체들도 마케팅 강도를 낮게 유지하며 인위적 판매 부양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회사 자체 역량으로 단기간에 면세점 매출을 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태광산업은 2021년 6월 130만 원대였던 주가가 60만 원대로 반토막났다. 6일 기록한 신저가(60만7000원)를 하루만에 59만8000원으로 또 갈아치우며 종가 60만 원 붕괴 우려도 커졌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22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267억 원을 거뒀다.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태광산업에 액면분할, 자사주 취득, 현금 배당 등을 제안했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이를 주총 안건으로 올렸지만 부결됐다. 회사 측은 “액면분할로 단기 주가가 상승할 수 있어도 높은 주가가 우량회사 이미지를 갖게 하는 긍정 효과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액면분할에 부정적인 입장 밝혔다.
‘반짝 황제주’에 그쳤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화학은 황제주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8월 한때 100만 원을 웃돌았지만, 현재 주가는 하락해 7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LG화학도 2021년 1~2월에 100만 원을 돌파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등의 이슈를 거치며 이내 100만 원을 이탈해 60만 원대로 하락했다.
한편, 국내에서 대표적인 황제주는 삼성전자였다. 1975년 1131원으로 상장한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이 흥행하며 100만 원을 넘어섰고, 2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50대 1의 액면분할로 주당 262만 원에서 주당 5만 원의 국민주로 변모했다.
아모레퍼시픽도 2015년 주가가 300만 원을 돌파했다. 당시 서경배 회장의 상장 주식가치는 8조 원에 육박했고, 세계 부자 순위 200위 권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같은해 아모레퍼시픽은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1주당 액면가액 5000원을 500원으로 분할했다. 미국에선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 황제주로 꼽힌다. 이 회사 주가는 주당 52만1000달러로 약 6억7900만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