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검토 물리적 어려움에 보조금 등 조정…삭감 예산 일부 국정과제 이행에 재투자
내년도 예산안에서 출연·보조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9일 복수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다시 제출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일부 부처에 대해선 1차 심의가 마무리됐다.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을 소집해 이달 3일까지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대다수 부처는 이미 요구안을 제출한 상황이었으나 기재부의 요구에 부랴부랴 요구안을 재검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일부 부처에는 올해 예산안 대비 삭감 폭까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요구안 재제출을 통보하면서 ‘예산을 일률적으로 조정하지 말라’는 단서를 달았다. 개별 사업들을 모두 재검토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정리하란 취지였다. 다만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통보 후 재제출까지 주어진 여유는 단 3일이었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의무지출 등 법률로 지출 근거가 정해진 예산은 조정이 불가하다”며 “재량지출도 사업을 없애는 게 아니라면 세부항목을 조정해야 하는데, 모든 사업을 살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삭감된 예산의 상당분은 출연·보조사업 예산이다. ‘예산 합리화’란 말이 무색하게 정부 출연기관과 민간단체만 타격을 입게 됐다.
보조사업 중 민간보조는 이미 손질이 예견돼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정치보조금은 없애고, 경제보조금은 살리고, 사회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 이후 기재부는 보조금 예산이 편성된 44개 부처에 ‘보조금법상 수행 배제 및 명단 공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문제는 출연사업 예산 삭감이다. 몇몇 부처는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자체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출연기관의 운영비 등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건축비와 연구비, 행사비 등 사업비를 깎았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사업비 삭감은 사업 규모·시기 조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공무직 등 정원 외 인력 인건비와 운영비가 포함된 경상경비가 동결되면 기관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며 “물가 상승분도 보전이 안 되면 기관들은 인력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껴진 예산의 일부는 국정과제 이행에 투입된다. ‘지출 효율화’ 차원이다.
한편, 기재부는 통상 8월 말 다음 해 예산안을 확정·발표한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4.8%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