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동국대 석좌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근 강조되는 도시형태로 '도시성'과 '농촌 다움'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 개념인 '러바니제이션(Rurbanization)' 모델이 대두된다. 우리나라 농촌은 비상상황이다.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 젊은 청년 부족과 지방 대학 침체 등 총체적 위기다.
지방의 위기는 농촌이 가장 심각하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89개소) 중 77%인 69개소가 농촌 지역이다. 소멸 위기에 놓여있는 농촌은 새로운 정책 전환과 성장동력이 없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을 투입했으나 결과는 실패'라는 지방 소멸 대응책이다. 지방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또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일부터 경상북도 군위군이 대구광역시에 편입됐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자치단체 간의 합의에 의해 통합하는 첫 사례다. 통합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나 부작용도 우려된다.
통합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신공항 연계산업 활성화 등 10년간 약 1000억 정도로 추정한다. 통합비용은 약 800억 원으로 추정한다. 군위는 팔공산 끝자락이라 대구시와 통합하기에는 지리적 여건이 불리하다. 군위 인구도 2만3000명 정도고 감소가 심각하다. 가난한 지방 자치단체가 대구시에 편입되면 농촌 특수성이 반영되기 어려운데 무슨 통합의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대도 있다. 통합의 효과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대심리적 효과 등 다양하다. 실질적 통합 효과는 약 20∼30년 후에 나타날 것이다.
필자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두 가지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첫째는 심각한 '지방 소멸' 현상에 대응하는 측면이고, 둘째는 '도농 간 융복합'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다. 지방 소멸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지방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과제다.
윤석열 정부도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중점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다. 해마다 1조 원 규모의 지방 소멸 대응 기금을 마련하고, '정주인구' 개념을 넘어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방안의 하나로 거점 도시 중심의 통합을 든다. 2만3000명의 군위군 인구를 대구시에 포함시키면 인구 240만 명의 큰 도시가 된다. 메가시티는 아닐지라도 생활과 경제권이 기능적으로 합쳐진 큰 도시로 기대가 된다. 면적 확대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 군위군 편입으로 대구시 면적은 기존 885㎢에서 1499㎢가 돼 서울 면적 605㎢의 2.5배에 달한다. 덩치 규모로는 한국 최대의 도시가 되고 대구·경북 상생 발전의 기틀이 된다.
통합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마창진(마산·창원·진해)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통합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도록 교통, 교육, 후생, 복리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인식도 변해야 한다.
필자는 군위군과 대구시의 통합을 농업과 비농업, 농촌과 도시의 융복합 관점에서 바라본다. 매년 귀농·귀촌인 50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일터와 삶터, 휴식터가 융합되며, 도시의 자본과 인구, 스마트 기술이 농촌과 농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도농 융복합 효과를 기대한다.
지금은 1차, 2차, 3차 산업이 융복합되고 산업 간 기업 간 벽이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시대다. 정보, 통신, 과학기술이 실시간으로 융복합하는 이른바 '4차 산업 혁명' 이 활발히 일어난다. 미래는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컴퓨터(Computer)의 머리글을 딴 'BBC시대'라고 한다. BBC시대의 경쟁력은 다양성이다.
대구시와 군위군의 통합은 이질적인 농촌과 도시, 산업 다양성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대구시는 4개의 의과대학, 한의대, 약령시장을 보유하며 의료인력과 기반이 풍부하다. 군위군은 사과, 마늘, 대추, 버섯 등 농산물과 자생식물, 산야채,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 저항성 식품과 면역력 강화 음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농산물이나 약초를 기초로 신소재나 기능성 성분을 활용한 바이오 회사나 제약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대두한다.
군위군과 대구시가 제대로 융복합하면 '바이오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며 전통 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한 건강, 레저, 체험이 융복합하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것이다. 군위군의 대구편입은 통합신공항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수단으로 추진됐으나 대구·경북을 살리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온갖 어려움 끝에 이뤄진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더라도 꼭 성공 시켜야 한다. 그래야 농촌과 지방이 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